종편보다 세다? CJ E&M ‘미디어 공룡’ 출범한다

종편보다 세다? CJ E&M ‘미디어 공룡’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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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디어 판도 변화

“뭔가 쎈 놈이 탄생할 것 같은 예감!”

지난 해 12월8일 대우증권이 발행한 보고서 중 일부 내용이다. 이 증권사는 CJ그룹의 콘텐츠 제작 기업인 CJ미디어, 온미디어, CJ 인터넷, CJ엔터테인먼트, 엠넷미디어가 합병돼 내달 1일 출범하는 미디어그룹 CJ E&M(사장 하대중)이 끼칠 업계 파장을 이렇게 전망했다.

 

   
▲ 동부증권은 CJ E&M이 종편 시대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증권

추산된 물적 규모만 봐도 CJ E&M은 지상파 방송 3사 수준에 달한다. CJ가 추산한 CJ E&M 매출액은 1조 3950억 원에 달해 1조 2000억 대 KBS 매출액을 뛰어넘었다. 직원 규모도 2000명으로 추산돼, MBC 본사·SBS 수준에 달한다. 증권가에선 “국내 초유의 대형 콘텐츠 기업의 탄생”(대우증권), “진정한 미디어 콘텐츠 강자”(하이투자증권)이라고 긍정적 평가도 나오지만, “승자 독식 시대”(동부증권)라며 콘텐츠 독점을 지적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관건은 이같은 국내 초유의 미디어기업 탄생이 향후 얼마나 미디어 판도를 변화시킬 지다. CJ가 이번 합병으로 얼마나 효과를 볼지도 냉정하게 평가해볼 대목이다. 주목되는 점은 방송업계 내부에서도 아직 출범도 안 한 CJ E&M의 위력을 만만치 않게 전망하고 있는 점이다. 심지어 “종편보다 위협적인 거대 미디어 공룡”이라는 지상파쪽의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방송+영화+게임+음악 부문 CJ E&M, “국내 초유 대형 콘텐츠 기업 탄생”

CJ E&M는 방송, 영화, 게임, 음악 부문을 맡은 계열사들이 합병돼 만들어지는 초대형 콘텐트 제작사(복수채널사용사업자 MPP, Multi Program Provider)다. 또 콘텐츠 유통 관련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System Operator) 개수·가입자 규모에서도 CJ 헬로비전은 업계 1위 티브로드에 근접해 있어, CJ E&M 출범은 CJ그룹으로서는 초대형 콘텐츠 제작·유통 미디어 그룹(MSP: MSO+MPP)의 출범을 뜻한다. 지난해 12월30일 주주총회에서 CJ E&M 합병이 승인되자, 지난해 유료 방송 업계에선 “올해 가장 주목할 미디어 뉴스”로 이를 꼽기도 했다. 

 

   
▲ CJ 그룹 합병 전과 합병 후(아래) 지배구도. ⓒ 하이투자증권

이같은 합병으로 CJ E&M은 국내 콘텐츠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콘텐츠 제작과 유통 전반에 걸쳐 수직 계열화를 갖추게 돼, 합병 시너지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CJ측은 지난해 기업설명회에서 “원소스 멀티 유저(One Sourse Multi-User, OSMU)를 통한 사업의 확대, 구매 협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하여 합병을 추진한다”며 “각 부문 간의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수익성과 기업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콘텐츠 경쟁력과 영업 수익 등에서 ‘청신호’를 전망하고 있다. 대우증권 변승재 연구원은 지난해 12월8일 보고서에서 “방송, 음악, 게임, 영화를 아우르는 대형 콘텐츠 풀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미디어 산업의 특성상 대형 콘텐트 풀을 갖춘 기업은 그만큼 높은 협상력과 패키지 판매 및 판로 다양화로 영업수익상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작, 유통, 판매 활동의 확대를 통해 다시 제작활동이 선순환하는 구조의 사업 모델”이라는 평가다.

특히, CJ 그룹이 향후 성장 동력을 방송에서 찾고 있다는 점도 미디어 업계가 긴장할 만한 대목이다. 대우증권은 “안정적인 방송 부문을 근간으로 흥행에 대한 사업 리스크가 큰 게임, 음악, 영화 제작활동도 적절한 리스크 수준에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영위가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 민영상 연구원도 작년 12월8일 보고서에서 “통합 법인의 연계 시너지는 방송 부문에서의 이익 증가 효과로 우선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슈퍼스타 K>,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제2, 제3의 ‘킬러 콘텐츠’ 가능성을 평가한 것이다.

“SBS와 CJ 위상 역전될 수도 있어”, “CJ E&M이 종편 M&A 할 수도 있다”

 

   
▲ CJ E&M 연도별 영업실적 가이던스(매출액&영업이익) 자료. ⓒ CJ E&M, 대우증권리서치센터

증권사의 전망대로 CJ E&M이 ‘승승장구’ 할지는, 콘텐츠 경쟁력이 어느 정도 일지, 광고 등 수익이 얼마나 확보될지, 고급 인력이 얼마나 유입될지 등에서 합병 승패가 보일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이 종편보다도 CJ E&M이 미칠 업계 파장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움직임이다.

 

이남표 MBC 기획조정실 전문연구위원은 “‘종편이 강하냐, CJ가 강하냐’라고 물으면 CJ가 강하다”라고 말했고, 성회용 SBS 정책팀장은 “콘텐츠를 보면, SBS와 CJ의 위상(포지션)이 역전될 수도 있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MBC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종편 중 일부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CJ쪽이 종편 중 일부를 M&A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존 경쟁에서 뒤쳐진 종편과 CJ E&M이 M&A를 할 것이라는 전망은 광고업계쪽에서도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무엇보다도 CJ E&M 출범을 주시하는 주요 이유는 전방위적인 콘텐츠 생산-유통 구조 때문이다. 이남표 위원은 “종편이 강한 것은 오로지 정책 특혜를 받는 정치적인 배경 때문이지만, CJ E&M은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가진 수직적 계열화가 잘 돼 있다”며 “현재는 지상파에 비해 CJ의 브랜드, 콘텐츠 파워가 약해서 그렇지 CJ측의 상업적 구조는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성회용 SBS 정책팀장은 “CJ E&M은 지상파와 달리 소비재를 유통·판매하는 대기업인 CJ그룹이 충분한 재원 조달 창구가 되고 있어, 향후 콘텐츠 경쟁력이 있다”며 “최근 글로벌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 앞으로 지상파보다 더 자유롭게 외국 프로그램 수입·변형해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독식 우려”, “한국판 루퍼트 머독 되나”…지상파 PP 위력 넘을까

 

   
▲ CJ그룹 미디어콘텐츠 6개사 현황 및 합병법인 관련 사항. ⓒ하이투자증권 추청치

그러나 현재 업계에선 CJ E&M이 콘텐츠를 독점화 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특히, 영세한케이블 업체일수록 이같은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 업계에선 케이블쪽 산업 규모가 커지는 것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마이너 영세 콘텐츠 사업자들은 대형 사업자들이 콘텐츠 시장을 독식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MBC 관계자는 “적절한 방송 규제가 없다면, 한 기업이 방송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시장 독재가 우려된다”며 “CJ가 한국의 루퍼트 머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쪽은 지상파 3사 계열 PP의 위력이 여전하고, 음악쪽은 SK ‘멜론’과 KT ‘도시락’ 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CJ E&M이 막강한 미디어 그룹이 될지는 의문도 있는 상황이다. 또 CJ E&M의 수입이 광고에서 가장 많이 의존하는 상황이고, 국내 광고 시장이 한정된 상황에서, 차별화된 수익 모델이 없다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원은 “CJ의 각 부문별 성패는 지켜봐야겠지만, 방송 콘텐츠 보면 다매체 다채널 상황에서 CJ 경쟁력이 상당 수준 오를 것”이라며 “지상파 3사, CJ E&M, 종편의 ‘1강 2중’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