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MMS(멀티 모드 서비스)가 신문의 성공적 방송 진출 수단인가?

[조준상칼럼]지상파 MMS(멀티 모드 서비스)가 신문의 성공적 방송 진출 수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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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상칼럼]지상파 MMS(멀티 모드 서비스)가 신문의 성공적 방송 진출 수단인가?

신문의 지상파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차원에서, 지상파 MMS(멀티 모드 서비스)가 검토되고 있다. 애초 이 사안은 한국신문협회가 거대 신문들의 의견을 받아 현 정권에 건의하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게 진화를 거듭하더니, 지금은 방송이 신문을 지배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및 겸영 허용의 정책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 압축 기술 발달로 인해 가능해진 MMS의 일부 ‘하위채널’을 신문에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비춰볼 때, 디지털 전환에 따른 MMS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현 정권의 정책 방향은 ‘신문의 성공적인 지상파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을 소개·평가하는 한 여권 성향이 언론학자가 이런 함의를 강하게 내비치는 등 한나라당의 방송법 및 신문법 개정안이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알려져 있듯이, MMS는 디지털 압축 기술 발달에 따라 동일한 주파수대역에서 여러 개의 하위 채널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이 하위채널들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이용할지가 핵심이다. 기존 지상파 사업자들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무료 보편적 방송 활성화 차원에서 이들 하위채널을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이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해 왔다. 고가의 디지털 텔레비전 구입하는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상파방송의 다채널 서비스를 채택한 영국의 사례는 여기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었다.
제도적으로 볼 때도 지상파 방송의 이런 주장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현재 채널 정의는 방송법상 ‘동일한 주파수 대역을 통해 연속적인 흐름 또는 정보체계의 형태로 제공되는 텔레비전 방송, 라디오 방송 또는 데이터 방송의 단위’이다. 이는 곧 ‘동일 주파수 대역의 단위 한 개’를 뜻한다. 반면, 방송법상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은 “이동 중 수신을 주목적으로 다채널을 이용하여 텔레비전방송·라디오방송 및 데이터방송을 복합적으로 송신하는 방송”으로 정의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상파를 포괄하는 DMB는 ‘동일한 주파수 대역의 단위 여러 개’를 뜻한다. 지상파 방송과 맞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DMB 기준으로 채널 정의를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채널 정의를 지상파 DMB에 부합하게 변경한다고 해도, 지상파 방송이 마음대로 MMS를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지상파 방송의 경우, 전파법 제12조에 따른 ‘심사 할당’ 방식으로 주파수 사용 허가가 이뤄지고 있다. 전파법상 심사 할당 방식은 같은법 제11조의 대가 할당 방식과 달리, 주파수에 대한 배타적 이용권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접근법은 이와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기존의 논의와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할 때에도 ‘기본’이라는 게 있다. 현 정권과 같은 접근법을 취할 경우,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할 대상은 신문이 아니라 ‘시민’이다. 지상파의 MMS를 시민이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사업자로서의 신문은 어디까지나 그 나중의 문제이다.
‘시민’이 최우선 순위에 오르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상파 방송은 방송법과 전파법에 따라 시민과 시청자의 직접 수신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유일한 방송이다. 게다가, 유료가 아닌 무료로 직접 수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상파 네트워크(망)의 보편적 접근권이고, 이런 측면에서 지상파 망은 ‘보편적 망’이다.
그렇다면, 현 정권의 접근법에 따른다 해도 지상파 방송의 하위채널들의 활용 방안 중에서 최우선 고려사항이 무엇일지는 분명해진다. 시민사회를 위한 ‘개방채널’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나머지를 운영하게 해야 할지, 아니면 신문 등이 운영하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그 다음 순서다. 이때에도 유료방송이 점점 더 활성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무료방송을 육성하는 정책적 고민이 뒷받침돼야 한다.
불행하게도, 현 정권의 접근법에는 이런 방향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듯하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여론을 창출하는지를 보면서 공영방송(또는 국가기간방송)에게만 MMS를 허용하고, 나머지 지상파 방송의 경우 신문사업자 등과 제휴를 하는 조건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전체 지상파 방송의 주파수 대역을 아예 재배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런 구도에 저항하면 지상파 방송으로부터 망을 빼앗아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수도 있다. 공영방송을 포함해 전체 지상파 방송은 어떤 선택을 할까? ‘영혼이 없다’는 수식어는 꼭 관료에게만 붙으라고 있는 건 아니다. 지금으로선 왜 지상파인지를 망각하면서 점점 더 조직 생존의 논리가 득세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