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과 전쟁의 역사, 팔레스타인

점령과 전쟁의 역사,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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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과 전쟁의 역사, 팔레스타인
미니(팔레스타인평화연대 http://www.pal.or.kr)

1948년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한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주변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왔습니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지난 2006년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하여 약 한 달 동안 1,200여명을 살해하였고, 백린탄·집속탄과 같은 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서슴없이 사용하였습니다.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레바논을 침공하던 그 해 여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감행해 수 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말부터 또다시 가자지구를 폭격하며 학살을 저지른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노리는 것은 간단합니다. 더 이상 팔레스타인인들이 저항이나 권리, 민주주의 같은 말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집권을 하자 미국·이스라엘·EU 등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하마스 정권을 무너뜨리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경제봉쇄를 통해 외부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사회단체 등으로 들어가던 모든 돈 줄을 끊었고, 팔레스타인의 다른 정치 세력에게 돈과 무기를 제공해서 하마스와 싸우게 만들었습니다. 2008년 말에 시작된 가자 학살은 이런 역사의 한 과정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단편적 사실에만 집중하면 한국 외교통상부에서 발표했던 성명이나 조선일보의 보도처럼 하마스가 로켓을 달려서 이스라엘이 이에 대응하면서 이번 학살이 시작되었다고 바라보게 됩니다. 하마스가 로켓을 달린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하마스의 로켓을 말하기 이전에 최소한 2006년부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해 어떤 행동을 벌였는지를 봐야 합니다. 군사공격에 이어 가자지구 외부를 철저히 봉쇄함으로써 식량·석유·의약품은 물론이고 병원에서는 약이 없어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 없게 된 상황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마스의 로켓만 보지 말고 전기가 끊어져 촛불을 켜 놓고 생활을 해야 했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먼저 보자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단체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던 이스라엘이 가자공습 22일째인 17일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했다. –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격 재개’, (인터넷) 국민일보, 2009년1월18일

그런데 과연 이번 가자학살이 하마스만을 목표로 한 것일까요? 만약 하마스만을 목표로 했다면 이스라엘은 왜 이슬람 사원, 유엔 학교 등을 폭격하고 하늘에서 백린탄을 뿌려댔을까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무너뜨리려고 한 것은 맞지만 이번 가자 학살은 하마스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전체를 공격한 것입니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주민들을 살인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하마스를 포기하라는 것이고, 하마스에게도 어서 빨리 항복을 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자 학살은 하마스를 상대로 벌인 전쟁이 아니라 가자지구 전체 150만 주민들을 상대로 벌인 잔혹한 인질극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죽일 만큼 죽였으니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잠깐 쉬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가자학살이 시작되고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려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고 나섰습니다. 심지어는 1월8일은 상원, 1월9일에는 하원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학살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그리스를 통해 수 천 톤의 무기를 이스라엘로 보내려다 그리스인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미국은 그 대가로 이스라엘을 철저히 보호·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2006년 레바논 침공 때도 그렇고 이번 가자 학살도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올해로 팔레스타인 관련해서 활동을 한지 6년째가 됩니다. 지난 6년 동안 팔레스타인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저희도 온갖 일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번 가자 학살에 대한한국과 세계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 이스라엘이 점점 궁지로 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저희에게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는 하마스’라는 제목의 자료집을 보내오기도 한 것을 보면 이스라엘이 여론의 흐름에 그만큼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 관한 진실을 말리고, 잘못된 언론 보도를 바로잡고, 이스라엘에게 잔혹한 행위를 멈추도록 요구하는 것, 이것이 팔레스타인에서 멀고도 먼 한국에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