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방송, 인력·조직 바꾸려면 공적 재원 필요”

“재난방송, 인력·조직 바꾸려면 공적 재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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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곽재옥) 재난방송 개선을 위한 법제 정비 방안이 공개된 가운데 방송사의 재난보도 시스템을 전문화하고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공적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주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주관으로 지난 11월 7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재난방송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전·현직 언론직에 종사하고 있는 다수 전문가들은 이같이 밝혔다.

먼저 전직 기자 출신인 김사승 숭실대학교 교수는 “재난방송의 원칙과 제도적 방침이 필요하지만 매뉴얼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어 조금만 손을 보면 된다”면서 “문제는 매뉴얼을 충분히 지켜낼 수 있는 취재 역량을 갖추는 것이고, 이를 위해 인력·조직 구조 등 재난 단계별 대응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재원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신성원 YTN 편성제작국 차장 역시 “재난전문기자 등 인재육성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스템과 비용적 이유 때문”이라며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의 소모가 불가피한 만큼 이러한 부담을 각 방송사에 의무적으로 부여할 게 아니라 정부와 언론사가 나눠서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부언했다.

이번 공청회는 최근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재난방송의 문제점들을 법·제도적 차원 개선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방통위는 이 자리에서 효율적 재난방송을 위한 기반 구축 방안으로 재난방송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방송사 간 취재경쟁과 미흡한 준칙 준수 등이 오보, 선정적 보도, 사생활 침해, 일률적·반복적 보도 등의 문제를 낳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주관방송사인 KBS가 타 방송사와의 전문성·차별성이 없는 점, 중앙재난방송협의회가 오보나 선정적 보도를 신속한 회의 개최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개선안에는 △재난방송의 재난단계별 역할 확립 △의무대상 방송사 범위 조정 △재난상황을 고려한 재난방송 요청 △재난방송의 개시 명확화 △채널 특성 또는 방송사업자 특성을 고려한 재난정보 제공 △재난방송 준칙 정비 △재난방송매뉴얼 비치 및 교육 의무 △재난방송 심의 강화 △재난방송 모니터링 구축 △재난방송 평가 강화 △주관방송사의 권한·책임 강화(‘KBS=재난방송 주관방송사’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시행령 규정) △중앙재난방송협의회의 주관기관 변경 추진 △인터넷 등 스마트 미디어 활용방안 등 주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이 지나치게 방송사 규제 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예를 들어 재난방송매뉴얼 비치·교육 의무 위반 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나 예산, 모의훈련 보고 등 책임 규정은 디테일한 반면 재난정보의 요청 등 권한 규정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엄경철 KBS 과학재난팀 팀장은 “KBS가 재난방송을 잘못해 피해자 인권침해 요소가 있어 심의에 의해 규제를 받거나 사후처벌을 받게 되면 이는 당연히 책임져야 할 부분이지만 그 책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운영의 묘까지 법으로 제재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난방송 시 속보경쟁 과열을 피하기 위해 방송사가 정보의 정확성을 기해야 하는 기본적 전제 이외에 정부가 재난정보를 더 빨리 오픈해 부정확한 속보경쟁을 미연에 막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면서 “기상·자연재난 정보는 자동적으로 공개되지만 세월호와 같이 사회재난이 터졌을 때는 정부의 잘잘못의 영역이 얽히면서 정보 공개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번 개선안을 보면, 다매체 다채널 미디어 환경에 맞춰 재난방송 의무대상 방송사 범위를 기존 지상파·종편·보도PP·SO·위성·IPTV에서 일반PP까지 확대하는 안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PP의 송출 프로세스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향후 수정이 가해질 전망이다.

토론자로 나선 박상민 현대미디어 국장은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에 등록된 일반PP는 279개 정도지만 70개 정도는 방송을 안 하고 있고, 일반PP의 경우 홈쇼핑과 지상파계열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송출대행사를 통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어 자막정보 제공 등 핸들링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따라서 “재난방송을 실시해 TV를 시청하는 전 국민이 재난상황을 인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반PP를 의무대상에 포함시킬 것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가 자막스크롤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우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속보 과열을 막기 위한 ‘공동취재단’ 구성 규정이 현재도 미래부 고시로 존재하나 막상 재난 상황이 되면 규정이 무너지기 때문에 방통위나 정부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준선 방통위 정보보안팀장은 “지적된 이유들을 감안해 ‘공동취재단’은 ‘취재협의체’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수렴된 의견은 조만간 재난방송협의회로 옮겨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재난방송협의회 회의는 빠르면 이 주, 늦어도 다음 주에는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