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지사장, MBC 사장 출마하나

이진숙 지사장, MBC 사장 출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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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전 MBC 사장의 입으로 대표되던 김진숙 워싱턴 지사장이 지난 7일 휴가를 낸 사실이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휴가 종료일은 MBC 사장 공모가 끝나는 22일이다. 당장 이 지사장의 MBC 사장 지원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 지사장은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MBC 총파업 당시 사측의 입장, 더 나아가 김재철 전 사장의 입장을 강변하는 대변인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 지사장은 MBC 노조원들에 대한 사측의 탄압과 징계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비호했으며, 이에 맹목적으로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랬던 이 지사장이 신임 MBC 사장 물망에 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사장의 사장 출마 가능성과 실제 선임 가능성은 어떨까. 여기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김종국 현 MBC 사장의 연임 의지다. 김 시장은 1월 말 임원회의에서 일찌감치 연임을 선언하며 물밑교섭에 열심이다. 비록 방송문화진흥회의 심상치 않은 반응과 극우보수단체의 견제가 빗발치고 있지만 노조원들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바탕으로 연임을 위한 의지를 다지는 상황이다. 만약 이 지사장이 사장에 출마한다면 김종국 현 사장은 거대한 벽으로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지사장은 지난 대선 기간 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함께 장학회 지분 일부를 매각하여 부산경남 지역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자는 부적절한 논의를 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사장이 MBC 사장에 공모한다면 자연스럽게 당시의 정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이는 현 정권에도 큰 부담이다. 최대한 조용하게 당시의 상황을 넘어가고 싶어하는 현 정권이 이 지사장의 MBC 사장 취임에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긍정적인 가능성도 있다. 우선 일부 극우로 분류되는 보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이들은 현 김종국 사장을 ‘노조와 타협한 박쥐 인사’로 규정하고 ‘노영방송 MBC를 복원할 적임자’로 이 지사장을 지목하고 있다. 게다가 이 지사장은 종군기자로 쌓은 대중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또 김재철 전 사장 시절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자칭 보수진영에도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현 정권은 물론, 대내외적인 동향을 민감하게 파악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방문진의 입장에서 비록 위험부담은 높지만 이 지사장 카드는 의외로 매력적인 셈이다.

여기에 이 지사장이 정식으로 출마할 경우 김재철 전 사장의 사람들이 단일화를 통해 이 지사장을 지지할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장 스스로가 자신이 출마할 경우 김재철 전 사장 라인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사상 최초 ‘여성 사장’이라는 타이틀도 변수다. 이 지사장 스스로도 여러차례 사석에서 ‘여성 사장’의 상징성을 수차례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파업이라는 홍역을 겪으며 이슈의 중심에 선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직원들을 징계해 경찰에 넘기고 손해배상을 청구한 뒤, 여당 대표를 찾아가 자신의 지역구를 챙겨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폭로가 놀랍게도 그 대상인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적이 있다. 이러한 최 사장의 태도는 이 지사장과 많이 닮았다는 지적이다. 자리와 상황은 다르지만 큰 꿈을 꾸는 일부 인사들의 지향점은 언제나 같기 때문이다.

MBC 사장 공모를 앞두고 김종국 사장의 연임의지와 새로운 후보군의 등장, 여기에 이진숙 지사장의 합류 가능성이 겹치며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김 사장의 연임과 동시에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인물은 이진숙 지사장이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의 파워를 내세우며 야심차게 기용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잦은 구설수로 낙마하면서, 새로운 여성 파워를 찾는 현 정권의 눈에 이 지사장의 행보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윤진숙은 낙마했지만 이진숙은 날아오를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