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판치는 한류 ‘해적판’…콘텐츠 보호 기술 중요성 부각

여전히 판치는 한류 ‘해적판’…콘텐츠 보호 기술 중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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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방송 표준화 동향 및 저작권 기술’ 발표회 개최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한류 콘텐츠의 불법 복제물 시장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저작권 보호 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불법 유통은 외교 문제 등으로 인해 문제제기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 들어 콘텐츠 보호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공개한 ‘2017 저작권 보호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불법 복제물 시장 규모는 4천2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2% 증가했다. 또 합법 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는 2조3,843억 원으로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분야가 방송과 영화 등 영상 콘텐츠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저작물 침해 상황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해외저작권센터에서는 경고장 발송 등의 조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한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자리에서 “해외에서는 수출한 나라의 저작권 단체와 계약을 맺고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며 “불법 유통으로는 한류와 같은 콘텐츠 수출 활성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불법 콘텐츠 유통은 한류 콘텐츠 확산의 최대 걸림돌이다. 제대로 된 유통 경로를 통해 수출됐을 경우, 콘텐츠 기업에 중요한 재투자 재원이 될 잠재 수익이 불법 유통으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바로 <도깨비>다. 공유와 김고은 주연의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이후 중국과의 공식 채널이 없는 상태에서 해적판으로 유통됐다. 허나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외교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제대로 된 단속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점점 콘텐츠 보호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초고화질(UHD) 방송을 시작한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콘텐츠 보호 기술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지상파 UHD 방송 콘텐츠는 기존 고화질(HD) 콘텐츠보다 제작비와 인건비가 2~3배 더 들고, 제작 기간 역시 2~3배 이상 소요된다. 이 때문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지난해 ‘지상파 UHD TV 방송 송수신 정합’ 기술을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콘텐츠 보호 기술을 포함시켰다. UHD 콘텐츠 보호 기술은 △TV가 수신하는 방송 신호를 암호화하는 기술 △저장된 콘텐츠를 관리하는 디지털저작권보호(DRM) 기술 △저장된 콘텐츠 추적을 위한 워터마크 기술 등으로 구성된다.

3월 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저작권위원회 서울사무소에서 ‘UHD 방송 표준화와 저작권 기술’을 주제로 발표한 오성흔 디지캡 소장은 “현재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와 함께 운영하는 ‘지상파 UHD 방송 콘텐츠 보호 인증 센터’에서 KBS와 MBC, SBS 등 대략 20여 개 방송사에 공급돼 있는 ‘UHD TV 콘텐츠 공통 암호화 시스템(CENC Scrambler)’을 연동해 24시간 365일 운영 및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공통 암호화 방식과 시그널링, 다운로드 플랫폼 기술, 콘텐츠 배포 제어 정보, 포렌식 워터마킹 정보 등을 적용해 UHD 콘텐츠의 불법 복제 및 사용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콘텐츠 보호 기술을 적용했다고 해서 불법 복제가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열쇠로 문을 잠가도 도둑을 피할 수 없는 것 같이 콘텐츠 보호 기술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암호화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불법 콘텐츠를 유통하는 사람들이 암호를 해제하고 무단으로 복제한다면 그때부터는 불법 유통자를 추적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최근 많이 부각되고 있는 기술은 워터마킹 기술이다. 디지털 워터마크란 이미지, 오디오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사람이 인지할 수 없는 저작권 정보를 삽입하고 검출기를 통해 삽입 정보를 식별하는 기술이다. 또 불법 콘텐츠가 유통됐을 때 어디에서 불법적으로 복제됐는지 등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포렌식 마크라고 한다.

신동환 마크애니 부장은 “기존 HD 방송을 캠코더 등으로 촬영하는 경우 화질이 저하되는 ‘열화 현상’이 심해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UHD 방송을 다르다. UHD 방송을 캠코더 등으로 촬용하면 최소 HD 급의 영상이 나오기 때문에 최근 할리우드 등을 비롯한 해외 방송사에서도 워터마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부장은 “워터마크에서 중요한 건 워터마크 기술이 콘텐츠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솔루션을 연세대 표준에 따른 화질 테스트와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요청한 화질 테스트를 적용해 통과했고, 캠코딩이나 RST 공격에서도 워터마크와 알고리즘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드라마 등 방송 콘텐츠 외에도 실시간 스포츠 콘텐츠 저작권 침해 방지 등에 (워터마크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