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부 조직 개편 협상 결렬, 방송정책 미궁속으로

여야 정부 조직 개편 협상 결렬, 방송정책 미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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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이 결국 결렬되었다.

 

   
 

22일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비공식 채널을 통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결국 합의를 보지 못했다”며 “2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통합당에 문희상 비대위원장, 박기춘 원내대표,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여야 6자 회동을 열고 막판 협상 타결을 노렸지만 끝내 결렬되었다”고 전했다. 이로서 25일 박근혜 정부 출범 전에 국회에서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이 완료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여야가 22일까지 정부 조직 개편안을 두고 끝내 협상 타결을 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정책 관할 여부다. 방송통신 정책을 두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관련된 모든 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고 방통위에는 규제 정책만 남기자고 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진흥 정책이 독임제인 미과부로 이관되면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는 ‘공보처의 부활’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구 정보통신부 출신의 방송통신위원회 관료들의 입김이 개입하며 상황은 꼬여갔다. 이들은 현재 “미과부가 통신은 물론 대부분의 방송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에 임하는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 정통부 출신의 방통위 관료들이 주장하는 이러한 논리가 공리적인 부분을 감안한 것이 아니라 신설되는 미과부의 기능을 비대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려는 사익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동시에 이러한 일부 관료들의 ‘이기심’이 여야의 정부 조직 개편 협상 자체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여야의 극적 합의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장 21일 저녁만 해도 여야는 방송정책 외 다른 부분에 대해서 일정정도 협의를 마치고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었다. 당시 협상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앙행정위원회로서 그 법적인 지위를 존속시키는 것에 양측이 동의하고 주파수 정책과 방송광고 정책 관장에 대한 여야의 이견을 조금씩 좁혀가는 중이었다.

또 실질적인 협상 타결의 ‘사인’도 도처에서 나왔다. 21일 윤관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여야의 극적인 정부 조직 개편안 처리를 암시하며 “(방송정책 외) 6대 핵심과제에는 여야가 대체적으로 합의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그는 “새누리당의 이한구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의 박기춘 원내대표가 다양한 협상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는 말로 양측의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동시에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정부 조직 개편안 관계로 전원 국회에 대기하라’는 공지사항이 전달되기도 하는 등, 국회 전반에는 긍정적인 협상 타결 임박 기류가 노골적으로 흘렀다.

그러나 불씨도 있었다. 바로 주파수 정책과 광고정책의 미과부 및 방통위 관장 여부다. 이전 협상에서 방통위가 중앙행정위원회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주파수 정책과 방송정책을 미과부와 방통위 중 어디가 담당하느냐를 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격돌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여야가 방송광고와 주파수 정책을 미과부나 방통위에 몰아주는 방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과 함께 방송정책을 방통위에, 주파수 정책을 미과부가 관장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가장 가능성이 높은 협상 결론은 방통위 법적 지위 유지 아래 미과부의 주파수 정책 관장, 방통위의 방송광고 정책 관장이었다. 어느쪽이 되더라도 유관단체의 반발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광고정책과 주파수 정책에 대한 부분만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여야가 합의를 마쳤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는 새누리당에 의해 다시 뒤집혀버렸다. 새누리당은 여야 협상 도중 갑자기 방통위 기능 가운데 방송정책 및 통신규제는 존속시키고 통신진흥 부분만 미과부에 남기기로 한 잠정협상 결과를 뒤집고, IPTV 및 유료 방송을 위시한 대부분의 뉴미디어 정책을 미과부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관련 정책에 대한 합의를 이어가던 중 주파수 정책과 광고정책 관장 여부에 대한 논의만 남은 판국에 갑작스러운 판 깨기를 시도한 셈이다. 이에 상황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고, 결국 여야는 22일 협상 결렬 사태를 맞고 말았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결렬 사태를 두고 “방송정책 전반에 대한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방송정책 관련 협상이 완료되고 주파수 정책과 광고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던 와중에 갑자기 논의가 새로 시작되는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여야 협상 결렬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확률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주파수 정책과 광고정책도 합의적 위원회인 방통위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방송정책을 완전히 뒤집고 모든 논의를 원점에서 논의한다고 해도, 그와 별개로 주파수 정책과 광고정책을 방통위에 존속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 때문이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를 위시한 방송관련 시민사회단체 및 직능단체는 22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바른 정부 조직 개편안 처리를 위해 새누리당이 대승적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방송 재허가권과 광고 및 주파수 등이 미과부로 넘어가면 방송이 정부에 장악당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원점으로 돌아간 여야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의 최대 난제는 ‘방송정책’이다. 그리고 22일 현재로서는 방송정책 전반에 대한 여야의 논의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광고정책 및 주파수 정책을 포함한 대부분의 논의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할 판국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뉴미디어를 위시한 대부분의 방송정책을 미과부가 전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내세우기 시작했으며 민주통합당은 이에 분명히 반대하는 한편, 방송광고 및 주파수 정책에 대한 관장을 방통위가 전담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방통위의 중앙행정위원회 법적 지위 유지는 여야가 이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