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 반대 불구 ‘MBC 조직개편 단행’

언론·시민단체 반대 불구 ‘MBC 조직개편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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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이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교양제작국’을 해체한다고 최종 발표해 사회 각계에 논란이 거세다.

MBC는 “뉴미디어와 종합편성채널 등장 등으로 매체환경이 엄혹한 가운데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의 해소가 요원한 상황”이라며 “상암시대를 열며 핵심여량의 집중과 확대, 조직 혁신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10월 27일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매체전략국 신설 △특임사업국 신설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신설 △드라마프로듀싱부 드라마마케팅부로 확대 △예능마케팅부·해외제작부 신설 △콘텐츠협력국을 콘텐츠제작국으로 개편 △신사업개발센터 신설 △법무저작권부 법무실로 확대 등이다. 우려했던 대로 ‘교양제작국’이 해체되고 기존 인력이 예능국과 콘텐츠제작국으로 흩어질 예정이다. MBC 대표 교양 프로그램인 <불만제로>·<원더풀 금요일>도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MBC 경영진은 이번 조직 개편 계획의 명분으로 ‘미디어 환경 변화 대응 강화’와 ‘수익성 중심의 조직 재편’ 등을 내세웠다. MBC는 지난 2012년 장기파업으로 <MBC 뉴스데스크>,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100분 토론> 등 간판 보도·시사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제작·방송되지 못해 광고판매액이 2011년 650억 원에서 2013년 268.5억 원으로 2년 만에 60% 급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이 공식 발표되기 전부터 ‘공영방송 포기’, ‘MBC의 침몰’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는 한편 이번 조치가 시사·교양PD들을 완전히 정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MBC는 2010년 김재철 전 사장 취임 직후부터 시사·교양 부문을 대폭 축소해 지난 4년 동안 시사·교양PD 신입사원 채용이 전무했으며, 2012년에는 ‘시사교양국’을 해체해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축소하고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의 간판 PD였던 최승호 PD를 해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앞서 10월 16일 성명서를 통해 “(시사교양국 해체는) 공영방송 MBC를 MBC답게 만드는 특별한 공영성의 한 축을 없애겠다는 뜻”이라며 “프로그램의 전문성과 제작 노하우를 공유해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해야 할 PD 집단의 특성을 무시하는 이번 개편은 MBC 교양의 맥을 끊어버리겠다는 의도가 숨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PD연합회도 10월 24일 성명을 발표해 “(MBC는 지난 4년간) 시사교양국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찢고, 교양PD들에 대해 정직·감봉 등으로 징계하거나 비제작부서로 강제 전출시켜 프로그램 제작을 실질적으로 가로막아 왔다”며 “그런 경영진이 이제 교양PD들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교양국을 해체하고 교양 프로그램들을 폐지하겠다고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또한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김재철 사장 시절 MBC 경영진이 능력 있는 PD와 기자들을 대거 현업에서 잘라내 ‘신사옥추진단’, 이른바 ‘신천교육대’ 등에 발령하고 그 빈자리는 ‘사용 기자’ 등으로 채워 조직의 경쟁력을 철저히 훼손한 바 있다”며 “(이번 조직 개편도) 보도 기능을 이용해 광고를 따내고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고 MBC 경영진을 성토했다.

또한 MBC 조직개편 발표 당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새언론포럼 등 언론·시민단체는 공동으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MBC의 일방적인 조직개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이들은 “MBC 경영진은 하루라도 이성을 되찾고 조직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외치며 “‘공영방송 MBC’라는 자부심 하나로 MBC에 근무했던 인사들도 목소리를 높여 이와 같은 상황을 함께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한편  <미디어스>에 따르면 이번 조직개편으로 기존 교양제작부장과 다큐멘터리제작부장은 각각 보직을 유지하게 됐으며, PD들에 대한 인사발령은 오는 주말이나 다음 주 초에 확정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MBC 경영진의 일방적인 조직개편에 반대하고 나선 언론·시민단체들이 지속적인 연대를 다짐해 후폭풍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