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국제방송’ 방송사 아닌 재단법인? 아직도?

‘아리랑국제방송’ 방송사 아닌 재단법인?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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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국제방송_법률 마련 필요“아리랑국제방송에 대한 법률적 근거 마련해야”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나라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아리랑국제방송이 개국한지 벌썬 20여 년이 지났다. 이제 아리랑국제방송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하지만 민법상 재단법인으로만 규정돼 있을 뿐 아리랑국제방송에 대한 법이나 제도적 근거가 아직까지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에 아리랑국제방송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1월 1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국제 방송의 위상과 재원’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아리랑국제방송은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공공적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방송법이나 별도의 법 없이 민법과 문화진흥기본법에만 그 근거와 지원 규정이 있다”며 국제방송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리랑국제방송에 대한 법률적 근거 마련은 이미 2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돼왔지만 앞으로는 나아가지 못한 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아리랑국제방송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아리랑국제방송원설치법)’도 공청회를 거쳐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당시 박 의원은 “아리랑국제방송을 운영하는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준정부기관으로 방송통신발전기금이라는 공적 재원을 지원받지만 법적으로는 민간 조직(재단법인)인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며 △아리랑국제방송의 대상을 외국인에서 재외동포까지 확대 △주무부터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 △이사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항을 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준용하는 수준으로 강화 △방송 사업자 지위 부여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아리랑국제방송이 국제 방송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해왔으나 근거법이 없어 안정적 재정 지원은 물론 장기적 계획 아래 사업을 추진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의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박사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며 “다만 국고가 방발기금도 그렇고 공적 성격의 재원을 지원받는데 그것이 어떻게 얼마나 투명하게 쓰이고 있는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화 출장으로 논란을 일으킨 방석호 전 사장 등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법적 근거 마련과는 별도로 아리랑국제방송도 콘텐츠 차별화 등 혁신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며 “해외 국제 방송들이 재정 감축 등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서 지금의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는지 살펴보고 아리랑국제방송도 전문가들과 함께 세부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리랑국제방송‧KBS 월드 통합 운영? ‘찬반 의견 팽팽’
이날 토론회에선 아리랑국제방송과 KBS 월드 통합 운영 문제도 큰 이슈도 다뤄졌으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앞으로의 혼란을 예고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해외 방송 발전 협의체를 구성해 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이 같은 발언이 아리랑국제방송과 KBS 월드의 통합 운영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 소장은 “아리랑국제방송과 KBS 월드의 중복성 문제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이 두 방송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아리랑국제방송과 KBS 월드를 통합 운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리랑국제방송은 국가 홍보를 KBS 월드는 국제 친선 및 문화‧경제 교류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기본 언어도 아리랑국제방송은 영어 KBS 월드는 한국어로 다르다. 또 시청 대상 역시 아리랑국제방송이 국내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KBS 월드는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한다”며 “△사업 목적 △기본적인 언어 △시청 대상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국제 방송이라는 이름만으로 통합 운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홍경수 순천향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통합하는 게 맞다”며 김 소장과 반대 의견을 냈다. 홍 교수는 “KBS 월드를 보는 시청자들이 주로 해외 동포라고 하는데 국내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 등 실제로는 외국인들이 더 많이 보고 있다”며 “목적은 다르지만 하고 있는 기능은 유사한데 언제까지 구분해서 운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리랑국제방송과 KBS 월드를 통합 운영하면 이중 제작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인력과 제작비 등 효율적 분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한 “아리랑국제방송이 국제 방송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선 실효성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러한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게 학자들과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합 운영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자 사회를 맡은 김영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오늘 이 자리는 통합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아직 법‧제도적 근거가 없는 아리랑국제방송의 현 상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대책을 이야기하기 위한 자리”라며 논의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