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세상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다!

스마트폰, 세상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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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2,500여 년 전에는 ‘우리 아테네군이 승리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마라톤 드넓은 평원, 42km의 거리를 목숨 걸고 뛰어야 했던 ‘필리피데스’라는 병사가 있었다. ‘구글토크(Google Talk)’를 통해서 미국으로 유학 간 친구와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무료로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 ‘스마트폰’ 쓰는 ‘스마트’한 나로서는 그렇게 기쁜 소식을 너무나도 슬프게 전하던 시절이 정말 있었나 싶다. 또, 예전에는 비둘기 다리에 쪽지를 묶어서 날지 못하는 사람을 대신해 하늘로 신속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서구(傳書鳩)’라는 방식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통하면, 살아있는 비둘기를 힘들게 훈련시키고 길러내는 수고 대신 단순히 이메일과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되는 소위 ‘회원가입’ 절차만으로도 ‘트위터(Twitter)’를 통해서 내 의견을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현대의 모습에 참으로 놀랍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휴대용 컴퓨터다. 한 달쯤 써 본 지금에는 ‘아날로그 세상과 디지털 세상의 중간 어디쯤에서 양쪽의 무한한 상상력을 마음껏 담아낼 수 있는 의사소통 장치’라고 재정의하고 싶다. 기존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은, 키보드와 마우스로 대표되는 입력장치를 통해서 명령을 주면, 본체에서 처리한 결과를 모니터를 통해서 보여주고, 그 내용을 감상(?)하는 형태였다. 그 때문인지 디지털 세상이란,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고 전원 버튼만 누르면 사라져버리는 가상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내 일상 속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내가 행동하는 방식들을 그대로 이해한다. 자판기에서 내가 원하는 캔 음료 버튼을 꾸욱 누르면 제품이 톡하고 튀어나오는 것처럼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터치(Touch)하면 마치 생물체가 반응하듯 손끝을 타고 미세한 진동이 전해지면서 결과물을 화면에 보여준다. 모니터 한 구석에 처박혀 있는 마우스 커서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방법이 직관적이다. 심지어 음성인식에 기반을 둔 검색이 탑재되어 있어 내가 하는 말도 척척 잘 알아듣고 반응한다. 영어랑 한국어를 동시에 잘 알아듣는 것이 나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별도의 대리인이 필요 없어서인지, 내가 행위자가 되는 느낌이다.

일상에서 그냥 스쳐지나가는 상황과 소통하는 것도 참으로 편해졌다. 모르는 건물을 보고는 ‘오브제(Ovjet)’ 어플을 실행시키고 갖다 대면 이 건물이름과 관련 정보를 알려준다. 길 가다가 마음이 이끌리는 좋은 노래를 들으면 주저 없이 ‘Shazam’ 어플을 실행시켜 가는 발길을 멈추고 몇 초간 듣는다. 그러면 노래제목과 앨범이름을 스마트폰이 알려준다. 낯선 곳에 가서도 전혀 헤맬 필요가 없다. GPS를 켜고 ‘다음(Daum) 지도 어플’을 실행시키면 주변 맛집도 알려주고, 빠른 골목길도 알려준다. 여행 가이드가 따로 없다. 나아가 ‘포스퀘어(Four Square)’ 어플을 실행시키면 내가 왔던 그 자리를 내 친구들이 다녀갔는지 알 수 있고, 나의 방문 흔적도 남길 수 있다. 스마트폰 덕분에 그곳의 문맥(Context) 속에서 재밌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덤으로, 누군가를 기다릴 때는 ‘구글 리더(Google Reader)’에 등록시켜 놓은 RSS 글들을 읽는다. 주로 외국 논문집들을 등록해 두었는데, 신뢰성이 있는 출처로부터 저장된 요약문을 바탕으로 최신 동향을 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어느덧 자투리 시간을 때우다 보면 늦게 오는 친구도 조금은 덜 미워진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스마트’라는 단어를 괜히 붙인 게 아니구나 하는 감동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스마트하다’는 것이 한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창의력이 모여서 만들어 낸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기에 앞으로도 계속 스마트 해 질 모습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신개념의 기기를 만나서 아직까지도 신기함이 앞선다. 최근에는 연일 해커들에 의해 내 정보들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9시 뉴스에 나온다. 전서구가 등장하면 그것을 낚아채기 위해 ‘비둘기 잡는 매’를 훈련시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데,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인류가 목숨을 걸고 소통의 연장을 거듭거듭 발전시키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 도구가 내 손 안에 쥐어 졌다. 사람과 사람만을 연결하는 기존의 디지털 전화기들이 해내지 못한 ‘디지로그(Digilog)’적인 부분을 가능케 하는 스마트폰의 매력에 나는 이미 푹 빠져있다.


KBS / 뉴미디어․테크놀로지본부 기술연구소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