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현실화엔 공감…사회적 합의와 시기 놓고 의견 갈려 ...

수신료 현실화엔 공감…사회적 합의와 시기 놓고 의견 갈려
KBS ‘수신료 조정안 공청회’ 열어 각계 전문가 의견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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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KBS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가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수신료 조정안 공청회’를 열었다. KBS는 4월 28일 오후 3시 KBS아트홀에서 TV 수신료 조정안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수신료 현실화 필요성에는 대다수 공감의 뜻을 보였으나 사회적 합의와 시기를 놓고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수신료 현실화는 몇십 년째 케케묵은 논쟁거리다. 1981년 당시 신문의 월 구독료를 고려해 2,500원으로 책정된 TV 수신료는 현재까지 40년 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시청료 거부 파동 등을 거치면서 1994년부터는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되고 있으며,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KBS와 EBS가 97:3의 비율로 나누고 있다. 40년 동안 여러 차례 수신료 현실화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정치권의 입장 차이와 신문‧종합편성채널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양승동 KBS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수신료 조정안은 시청자와 시민단체, 방송 및 언론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KBS의 공적책무 확대 여부에 대한 사전 설문 조사를 참조해 언론학계와 회계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를 토대로 성안한 결과”라며 “KBS가 놓치고 있는 부분, 더 잘해야 하는 분야,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서 기탄없는 의견 주시기 바라고 어떤 의견이든 KBS가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라는 격려와 채찍으로 여기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 대다수도 수신료가 40년 동안이나 월 2,500원에 묶여있어 공영방송의 재정 상황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이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미와 돈이 방송의 목표가 되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들을 언급하며 이럴 때일수록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했다.

박성우 우송대 교수는 “KBS의 공적책무 확대 계획이 구체적으로 잘 돼 있다며, 수신료는 넉넉하게 인상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는 환경문제를 다루었던 <플라스틱 지구>를 예로 들며 “상업방송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역할을 공영방송이 담당해야 하고, 그래서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도 “공영방송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처럼 즐겁지 않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런 프로그램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전제한 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예방부터 후속조치까지 하는 재난방송을 위해서는 재원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과거 수신료 현실화 시도가 실패한 이유가) 설명이 부족하고 설득이 안됐기 때문”이라며 “10여 년 전부터 예상됐던 미디어 환경변화에 대비하지 못해 KBS가 뒤쳐진 부분을 마치 시청자, 즉 국민에게 전가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이어 “(KBS가)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수신료 인상을 주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원 인천가톨릭대 교수 역시 “국민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인상이고, 코로나19 정국에서 인상을 주장하는 게 적절한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 사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심적 부담을 드리는 일이지만, 코로나와 각종 재난재해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공적 정보 전달체계가 중요하고, 그것을 올바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이라는 인식도 분명하게 갖게 됐다”며 “거대 상업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시장 지배 속에서, 지금이야말로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는 KBS의 역할과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미래의 공영방송 모델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임병걸 KBS 부사장은 “40년째 동결된 수신료로는 급등하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고, 인력을 감축하느라 최선을 다해오고 있으나 다양한 공적책무를 감당하는데 역부족”이라며 “제작비가 줄어드니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우니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신료 조정안에 담은 공적책무 확대 계획의 12개의 과제와 57개의 세부 사업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특히 지역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KBS, 국가 재난 안전의 구심점 역할, 디지털 공영미디어로의 혁신, 시청자의 참여와 공유, 공영방송만의 고품질 콘텐츠로 차별화 등 핵심적인 비전과 약속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