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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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 여러분! 한해 동안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참으로 ‘다사다난하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기축년(己丑年) 한 해도 어느덧 막바지에 다달았습니다. 지난 연초에 우리는 2009 기축년 새해를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자고 다짐했었습니다. 희망과 갈등이 함께했던 2008 무자년(戊子年)을 떠나보내고 희망과 소망을 마음 한가득 품고, 분노와 증오를 깊이 묻어버리고, 이해하고 화합하고 상생을 합창하자고 다짐하면서 기축년을 출발했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다가오는 언저리에 서서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너무나 많은 회한의 사건과 시간으로 점철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가 소망했고 갈망했던 ‘이해하고 화합하고 상생하는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미디어법 개정을 위해 언론노조가 총파업으로 대응했지만, 합리성과 합법성, 정당성 등 어느 것에도 부합하지 못한 채 국회에서 강행 처리되었습니다.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강행 처리된 미디어법의 위법성에 대해서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는 절대 다수당과 입법부 수장만은 절대 부정하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시정되고 원상태로 복구되어야 합니다. 미디어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넓고 넓은 국회청사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들은 돌이켜 봐야합니다. 이젠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는 비이성적이고 반국민 정서적 입법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축년은 방통융합이 불붙은 해라고 감히 지칭할 수 있습니다. 작년 연말에 출범한 IPTV의 실시간방송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최근에는 이동단말에서 방통융합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리는 이동기기가 출범하면서 단시간에 십수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고, 수십만명의 가입자 유치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화두가 되고 있는 MVNO가 도입된다면 어떠한 폭풍을 몰고 올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방통융합시대에 방송의 진화는 멈추었지만, 통신의 진화는 전광석화같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실생활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방송과 통신의 사회적 역할에 걸 맞는 형태로 진화하고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방통융합이 진전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통신의 일방적인 진화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도 여러 가지 이유로 가속도를 붙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지체해서도 안 되고, 머뭇거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대형 국책과제이지만 당장 피부에 와 닿는 이슈가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행정부와 입법부간의 협력이 지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방송인들도 함께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회원 여러분! 지난 한 해 벌어진 일들의 대부분은 지상파방송사에게는 위기상황을 조성하고 있지만, 절대 낙담하지 말고 우리의 본분에 더 충실해집시다. 아날로그적인 사고방식은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맞게 변신해야 합니다. 단순하면서 수동적인 업무수행이 아니라 능동적인 아이디어와 능력으로 방송환경의 변화를 이끌어 나간다면 우리 방송기술인들은 분명히 이 혼돈과 변화의 중심에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우리 방송기술인 개개인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는데 최선을 다해 나간다면 격변하는 방송환경 변화 속에서도 그 중심에 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반드시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희망을 만들고 크게 키워 나갑시다. 회원 여러분 희망을 가집시다. 경인년 (庚寅年) 새해에 우리는 분명히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 힘을 냅시다. 그리고 힘을 모읍시다.

<이재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