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UHD 수성 나선다

소니, UHD 수성 나선다

495

위기에 직면한 소니가 UHD를 발판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최근 PC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TV부문 분사를 결정한 소니의 거침없는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세계 UHDTV 시장도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6일 소니는 2013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의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PC사업 부문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한편 TV사업 부문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한다고 발표했다. 매출악화가 심해지며 경영 전반에 거친 적신호가 위험수위에 이르자 재빨리 몸집을 줄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물론 소니의 최종목표는 TV사업 부문의 자회사 활성화를 통한 세계 UHDTV 시장 수성이다.

   
 

현재 소니는 세계 UHDTV 시장의 포식자다. 지난해 3분기 세계 UHDTV 시장 점유율에서 23.4%를 기록해 명실상부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10.1%의 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의 추격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유럽 주요 25개 나라 UHDTV 시장 점유율에서 소니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으며 11월에는 북미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무려 82.8%의 점유율을 보유했던 소니는 삼성전자의 파상공세에 밀려 39.7%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소니의 추락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소니는 흔들리는 UHDTV 왕국을 수성하고 외연을 확장하고자 이미 승부수를 던졌다. 화두는 가격과 콘텐츠-생태계 구축으로 수렴된다. 최근 소니는 UHDTV 시장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들고 나왔다.

올해 출시되는 보급형 모델인 850시리즈를 비롯해 900/950 시리즈에 힌트가 있다. 해외 TV 정보 사이트인 HD GURU에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소니 850시리즈의 49인치 모델은 2,199달러(224만 원), 55인치는 2,999달러(318만 원), 65인치 4,499달러(477만 원), 70인치는 5,999달러(636만 원)이다. 또 900시리즈의 경우 55인치는 3,999달러(424만 원), 65인치 5,499달러(583만 원), 79인치는 8,999달러(955만 원)가 유력하다. 지난해 소니가 55인치 UHDTV를 4,999달러(530만 원), 65인치 TV를 6,999달러(743만 원)에 출시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가히 가격파괴 수준이다.

소니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에 중론이 쏠린다. 당장 중국 제조사의 가격 인하 정책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UHDTV 판도를 흔들자 빅3(소니,삼성전자,LG전자)의 거대한 축인 소니도 기민한 판단에 따라 UHDTV 상용화 흐름을 따라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물론 그 여파로 빅3의 나머지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격 인하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UHDTV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용화 수순을 밟아가는 것을 감안하면, 소니의 대대적인 가격 인하 정책은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가격 인하 정책만 소니의 국면전환 용 카드가 아니다. 소니는 콘텐츠-생태계를 아우르는 막강한 인프라를 통해 더욱 공세적인 시장 점유율 수성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소니는 UHDTV, 즉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만 강세를 보이는 기업이 아니다. 카메라부터 관련 기기를 비롯해 제작 플랫폼까지 총망라하는 다양한 UHDTV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소니는 강력한 UHDTV 경쟁력을 가진다. 대한민국의 UHDTV 정책이 유료방송 중심으로 추진되며 자연스럽게 내수시장을 주도하는 지상파의 역할이 축소되자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UHDTV 인프라 사업이 주춤하는 것과 달리, 소니는 8k를 아우르는 정부의 막강한 UHDTV 정책에 힘입어(발전 주체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상당한 수준의 인프라 구축에 성공했다. 이러한 인프라는 자연스럽게 UHDTV 시장에서도 강력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최근 막을 내린 CES 2014와 일본 최대 카메라 전시회인 CP+에 참석한 소니의 전략이다. CES 2014에서 대한민국의 UHD 방송 장비가 제로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한 반면, 소니를 중심으로 일본의 제조사는 다양한 UHD 라인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CP+는 카메라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소니는 카메라와 더불어 UHDTV를 대거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노림수는 명백하다. 디스플레이로서의 UHDTV와 더불어 강력한 인프라를 동시에 출시함으로써 자신들의 생태계가 완벽하게 구축됐음을 천명하는 것이다. 특히 소니는 UHD용 캠코더 FDR-AX 100을 전시한 공간 벽면에 UHDTV를 함께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콘텐츠와 생태계에서 구축한 막강한 인프라를 통해 자신들의 강점을 재차 피력한 셈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2014년형 4월 초에 UHD 팩 판매를 시작한다. UHD 팩은 UHD 영상 콘텐츠를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은 것으로 방송과 VOD가 본격적인 UHD 서비스를 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UHD 화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조치한 장치다. 해당 팩에는 파라마운트 폭스의 영화와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전자는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협력해 셋톱박스 없이 UHD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조만간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티브로드와 CJ헬로비전, 현대HCN과 UHD 스마트 TV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UHDTV 가격 인하와 콘텐츠-생태계 인프라를 구축한 소니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흔들리는 UHDTV 왕국 소니의 야심찬 재도약이 카운트 다운에 돌입한 가운데, 이에 맞서는 빅3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응, 여기에 꾸준하게 저가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제조사의 진검승부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