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로 더위를 잊는다

[사회 문화] 추리소설로 더위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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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이글거리는 한 여름,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얼음으로 가득 찬 음료 한 잔을 마시면서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추리?공포 소설을 읽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휴가가 어디 있을까?

더위가 절정에 달하면서 제철을 만난 ‘여름용’ 소설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등골이 오싹한 추리, 스릴러, 공포 소설을 읽는 것도 나름 여름나기에 도움이 될 듯해 몇 권 골라봤다.

 

 

– 너무 친한 친구들
냉철한 카리스마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남다른 직관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감성 형사 피아 콤비가 등장하는 ‘타우누스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는 아직 이름을 알리기 전이었던 2007년 크리스마스 시즌 당시, 이 소설을 자비로 출판해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더 많은 판매고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월드컵 열기로 뜨거운 2006년 6월 어느 날, 수사반장 보덴슈타인에게 동물원 우리에서 사람 손이 발견됐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피해자는 인근 고등학교 교사이자 도로 확장 건설을 반대하던 열혈 환경운동가 파울리. 학생들에게는 영웅으로 칭송받던 그이지만, 성적 문제로 그를 협박하던 학생부터, 집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려던 전 부인, 동물 사육 방식으로 갈등을 빚었던 동물원장, 과거 문제로 최근 심한 말다툼을 한 친구, 도로 확장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인 시의원까지 그의 죽음을 바라던 이 또한 너무나 많았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수상한 인물은 늘어만 가는 가운데, 형사 피아는 유력 용의자인 동물원장 산더와 재벌가 미청년 루카스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으면서 객관성을 잃기 시작한다.   

도로 확장 계획을 반대하던 환경운동가의 죽음과 그 이면에 자리한 인간 욕망을 다룬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와 생각지 못한 반전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스토리의 힘을 갖고 있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2010년 독일 아마존이 선정한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32주간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책이다. ‘타우누스 시리즈’ 중 네 번째 작품으로 폐쇄적인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과 그 속에 숨은 인간 내면의 추악한 본성을 밀도 있게 파헤친 수작이다.
 
차가운 비밀이 내리던 날, 눈꽃처럼 아름다운 소녀가 실종된다. 이야기는 여자친구들을 죽였다는 죄명으로 10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토비아스가 출소하면서 시작된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순전히 정황증거만으로 재판이 이루어졌고, 당사자인 토비아스는 사건 당일의 기억이 전혀 없다. 자신이 정말 살인을 했는지, 아니면 억울한 누명을 썼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토비아스와 그의 가족은 마을 사람들의 괴롭힘을 당한다. 여기에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대들다가 촌 동네로 쫓겨 온 아멜리. 그리고 형사 보덴슈타인과 피아 콤비가 11년 전 사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마을에선 또다시 11년 전 일련의 사건들이 반복되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작품은 웬만한 책 두 권 분량을 너끈히 넘긴다. 그러나 지루해할 틈이 없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의심스럽고, 그들 모두 용의자가 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 시종일관 누구를 믿어야 하고, 누구를 경계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다’는 말의 참뜻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