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A 2018’ 현실을 뛰어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시회로 도약하길

[사설] ‘KOBA 2018’ 현실을 뛰어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시회로 도약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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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재현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NAB Show, Where Content Comes To Life!! 세계 최대 방송장비 전시회인 NAB Show가 지난 4월 9일(현지 시각) 성황리에 개막되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인 5월 15일 국내 최대 방송장비 전시회인 KOBA 2018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올해로 28회째를 맞아 총 27,997sqm 규모의 홀에 UHD, 실감방송, 클라우드 등 미디어와 관련된 거의 모든 기술이 전시될 예정이라고 하니, 초창기 약 3,900sqm 규모에서 열렸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상대의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누구보다도 국내 시장의 근원적 열악함 속에서도 자체적으로 방송기술 발전을 이끌어 온 방송기술인들의 피땀 어린 노고와, 매년 참여하여 전시회의 발전과 흥행을 이끈 지상파 방송사들을 포함한 여러 방송사들의 꾸준함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로 오늘날의 KOBA는 ‘국제’라는 타이틀까지 얻었으며, 컨퍼런스, 월드미디어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국내외적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올해도 역시 질 높은 전시와 컨퍼런스가 될 것을 의심치 않으며 기대를 담아 KOBA의 미래에 몇가지 陋見을 보탠다.

우선, 전시회의 주연 교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까지의 KOBA는 Sony 같은 일부 대형 제조업체를 제외하고는 방송사들이 주도한 전시회였다. 물론, 이들의 참여가 전시회의 흥행을 이끄는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는 임시적 역할에 의한 것일 뿐, 궁극적으로 ‘전시회’는 전시자인 판매자와 참관자인 구매자의 만남의 장이며, 전시회의 진정한 주인공은 판매자인 업체가 되어야 한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업체의 기술력 강화와 검증된 국산 기술의 과감한 도입 등 방송사들의 결단들이 더해지고 이에 대한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이어진다면, 전시회의 내실을 다져나갈 수 있을 것이고 방송사들은 수십 년 동안의 ‘주연’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명품 조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주요 방송사의 불참에도 전시회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 기대의 실현이 멀지 않은 듯하다.

두 번째로, 산업 간 경계 붕괴 상황 속에서의 영상 콘텐츠의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다.
금년 NAB의 주요 슬로건 중 하나도 ‘산업이 융합하면 혁신이 나타난다’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4차 산업 시대에는 ‘방송기술’이라는 용어 자체가 무의미하며, 거의 모든 기술이 콘텐츠의 생성부터 배포까지 관여하게 되는 상황에 이미 도달해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지금까지 ‘방송기술’이라는 특수한 영역 안에서 안주해왔던 방송사와 관련 업계 입장에서는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극단적인 상상이지만 CES와 NAB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면? 그래서 CES가 NAB를 삼켜버린다면? 충분히 상상 가능한 시나리오 아닌가? 하지만, 현재의 모든 미디어 관련 기술의 중심에 ‘콘텐츠’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그 점을 잘 활용한다면 기술과 콘텐츠가 조화를 이룬 질 높고 풍성한 전시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명품 조연’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세 번째로, 전시회 개최 시기를 잘 활용하자는 것이다. KOBA는 NAB 직후 가장 먼저 아시아에서 열리는 전시회다. 그래서, 전시회의 양상도 NAB에서 소위 ‘엑기스’만 뽑아낸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그만큼 아시아권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아 미국, 유럽 등 해외 장비 제조업체들도 정성을 들이고 있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2가지 요건만 충족된다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시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이를 위해 영어 등 외국어 지원 부분이 보완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로, 방송사의 참여와 방송기술인들의 역할이다. 물론 방송사의 참여가 전시회의 필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방송사는 콘텐츠 생산자로서 전시회 참여를 통해 콘텐츠에 녹아있는 기술을 보여줄 수 있으며 이는 분명 업체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업체에는 기술이 어떻게 현장에 적용되는지, 또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한 지 알 수 있게 하고, 일반 참관자에게는 콘텐츠와 기술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도와 결과적으로 전시회를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것은 NAB처럼 이를 주도해나갈 공식적 단체가 없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방송기술인들의 몫이다. 앞으로 주연이 아닌 ‘감독’으로서의 방송기술인들의 역할도 기대한다.

올해 KOBA의 주제가 바로 ‘미디어, 모든 것을 연결하다’라고 한다. 아무쪼록 금번 전시회를 통해 더 이상 수동적 시청자가 아닌 능동적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디바이스 장벽이 없는 절대적 편리성과 사용자 중심의 막강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훌륭한 기술이 소개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이 ‘미디어’를 중심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KOBA도 명실상부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디어 기술 전시회로 발전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