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vs민간, ‘방송통신 내용 규제’ 주도권은 어디로? ...

정부vs민간, ‘방송통신 내용 규제’ 주도권은 어디로?
“기구의 목표와 철학부터 명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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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방송통신의 내용에 대한 규제는 정부가 주도해야 할까, 민간이 주도해야 할까? 한국언론법학회가 주최한 ‘스마트미디어 시대의 방송통신 내용규제 체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자율 심의 기구의 설립을 두고 설전이 오갔다.

발제자로 나선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방송통신 심의 기구의 개선 방안 중 완전한 자율 기구 설립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질적인 행정 조치를 할 수 없는 자율 기구의 심의 제재가 얼마나 효과를 보이겠냐는 것이다. 지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는 콘텐츠의 영향력이 가지는 위험성, 심의와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 문제 등을 고려하고 있는지 우려된다”며 지난 2010년 이탈리아와 구글 간 분쟁 사례를 들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자폐증에 걸린 소년을 집단으로 괴롭히는 동영상이 구글에 몇 달씩 게재되자 구글의 전·현직 임원 3명을 사생활 침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후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에 대한 형벌 부과 또는 심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 교수는 이처럼 국제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문제를 자율 기구가 감당할 수 없다며 “자율 심의는 좋지만 국가와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윤성옥 경기대 교수도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방심위를 해체하고 자율 심의 기구가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했다. 윤 교수는 “자율 기구를 시행한 국가의 결과물을 보면 자율 기구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율 기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 대표는 “자율 심의를 믿기 때문에 자율 심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윤 교수의 의견에 반박했다. 자율 심의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며 이를 인식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 심의가 우선으로 해 정부 주도의 검열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문제가 없는 제도는 없으며 관건은 이를 어떻게 보완할 지다. 강 대표는 “각 자율 기구의 운영을 평가·관리하는 통합적 민간 기구를 통해 사후 관리가 잘되도록 해 상호보완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한편, 이날 토론에는 정부 주도의 심의 또는 민간 주도의 심의, 제도 개선 등 시스템의 문제 외에 다른 방법으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정치적 심의다’, ‘사실상 검열이다’ 등의 평가를 받고 있는 방심위의 심의에 대해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정책국장은 “상임위원이야 임기 끝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내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구성원들이 적극적 의견 표명으로 그동안의 성과와 한계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는 그동안 심의 기구에 진정한 목표와 철학이 있었는지 반문했다. 심 교수는 “방심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시청자를 위해? 미디어 산업 진흥을 위해? 목표가 없기 때문에 일괄된 정책을 진행할 수 없다. 그까짓게 뭐가 중요하냐 할지 모르지만, 목표에 따라 정책은 굉장히 달라진다. 누구를 위한 기구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며 뚜렷한 목표와 철학을 가지고 정책을 관철할 것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