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지키기에 방관자가 되려는가?

방송지키기에 방관자가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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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지키기에 방관자가 되려는가?

정연우(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세명대 교수)

방송이 위기다.그동안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이명박정부와 여당은 아예 방송의 근본을 바꾸어 놓으려 한다.재벌과 시장에 송두리째 넘겨주기 위한 미디어법이 추진되고 있다. 그 예고편으로 이미 현재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 판매체제가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이제 조중동과 재벌의 무한질주가 아무런 걸림돌 없이 펼쳐지려한다.공공성이 무너진 방송은 이미 방송으로서의 생명을 다한다는 점에서 방송의 이번위기는 본질적 위기이다.재원이 어렵고 시청점유율이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따위의 재원 위기설은 위기축에도 못끼이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론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정부,국회를 장악한 여당, 그리고 이들의 바람막이뒤에 숨겨진 사적 이익의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보수언론과 재벌등의 공세에 맞서는 힘은 너무나 미약해보인다.
민주당과 민노당 등 정치권에서서 목소리를 높이고는 있지만 악법을 저지할  의석에는 한참 못미치고 있으며 투쟁력도 그다지 높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현업 방송인들도 정부의 방송장악과 분열책동으로 이번 위기를 막아내는데 힘이 부쳐보인다.시민사회도 이를 어떻게 막아내야 하지 마땅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촛불집회 등을 거치면서 이명박정부의 방송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주었던 누리꾼을 중심으로 한 시민도 이번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해서는  권력의 방송장악이라며 강력한 연대를 만들어 주던 시민들이 이번에는 심각성을 덜 느끼는 것같다.정부여당 조중동,재벌 들은 이해를 고리로 철저히 뭉쳐서 공세를 펼쳐오는데 방어막은 허술한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이들은 그들이 장악한 권력을 이용하여 저항을 무력화시키고 분열시키기 위해  수신료인상와 중간광고도입이라는 환각제를 쓸쩍 내보이며 유혹하기도 한다. 방송파괴의 고통을 잊게 하려는 마취제이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재벌이 방송에 진출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지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방송의 민영화,재벌의 방송참여,조중동의 방송진출 등에  대해 시민들이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경제위기 담론에 묻혀 방송의 문제는 관심의 뒷전인 것도 그것을 부추긴다.당장 먹고사는 것도 고달픈데 방송이 어찌되든 직접적으로 나하고는 별관계가 없다는 무관심이다.또 어떤 측면에서는 재벌들이 돈을 투자하여 산업경쟁력을 키우면 새로운 고용도 늘어나고 국가 경쟁력도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조중동과 정부 여당의 여론공세에 별생각없이 동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심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 주위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와줄 확률은 낮아지고,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고 한다.내가 않해도 다른 사람들이 하겠지 라는 책임 분산 때문이다.
혹시 위기에 처한 방송에 대해서도 방관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쓸데 없는 걱정도 해본다.책임분산효과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방송인, 학계. 시민사회 ,야당 등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고 이사안을 핵심적 의제로 만들어 가는데 그다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또 정부 여당이 막무가내로 밀어부칠때 과연 저지가 가능하겠느냐에 대한 걱정도 있다.
한국방송은 여론을 만들어 민주주의의 초석을 만드는 방송으로 남느냐 아니면 돈벌이 산업으로 가느냐 하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있다.단순히 사람 좀 바꾸고 프로그램 개편하는 것은 나중에 다시 복원이 가능하다.하지만 구조를 통째 바꾸어 버리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더구나 우리사회의 강력한 지배자인 재벌과 조중동에게 넘겼던 방송을 국민들의 품으로  되찾아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민영화, 여론 독과점등에 대한 반대와 저항만으로는이를 막아내기에 벅차 보인다.
우선은 전반적인 패배주의와 무력감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고 본다.뜨거웠던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며칠씩 밤을 세우어가며 정부의 독선에 저항했는데도 오히려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는 커녕 권력기관을 앞세워 탄압하고 보복만 하는 정부앞에 해본들 무슨소용이냐는 무기력에 빠지지 않는가 하는 걱정이 있다.하지만 그래도  촛불을 통해 방송의 공공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민들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것이 지금 YTN 노조가 반년가까이 방송과 언론자유를 위해 거대 권력과 싸우는 힘이 되었다.좀 더 조직화하고 힘을 모으면 얼마든지 방송파괴의 기도에 맞서 싸울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다.KBS 노조 선거과정에서도  사원 행동이 내건 명분이  내부 구성원들사이에서 공감을 넓힌 것도 이러한 희망의 증거다.
이제 방송인을 비롯한 언론인,시민사회,정치권 그리고 학계가여론 다양성의 가치 그리고 방송의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민들이 가슴에 와 닿게 공감에 가게 어떻게 전달하고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핵심적 사회 의제로 만들어 내기 위한 강력한 투쟁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다음  지상파 방송에 신문기업이나 대재벌이 참여하는 것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쉽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의 전망과 대안을 만들어 가야한다.반대와 저항만으로 싸울 수는 없다. 오히려 방송인을 기득권자로 보고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제 밥그릇 지키기 위한 수구적 행태로밖에 비춰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우리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 가치를 현실화할 수있느냐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그것도 아주 쉽고 누구나 공감가도록 말이다.
희망과 전망을 건설하지 못하면 제대로 싸움조차 벌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아예 손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싸우는 어설픈 흉내만 내다가 그대로 밀려 버리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
방송현업인, 시민사회 , 학계,정치권 모두가 방송지키기의 중심에 서야하고 그러기 위해 힘과 머리를 모아야 한다.더 이상 방관자는 없다. 정말 방송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