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발전계획, 지상파를 압박하다(2)

방송발전계획, 지상파를 압박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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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2020년까지 통신용 주파수 1.3GHz를 확보하겠다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사이 방송용 필수 주파수로 손꼽히는 700MHz 대역 주파수는 여유 주파수로 분류되어 주파수 재벌인 통신사에게 넘어갈 확률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종합계획은 유료방송 중심의 UHD를 추진한 11월 14일 초안과 달리 12월 10일 ‘UHD 방송의 상용화는 콘텐츠 제작 및 수급과 기술 R&D(연구개발)·표준화 현황,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을 감안해 추진하기로 한다’고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이는 명백한 꼼수다.

비록 UHD 주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콘텐츠 제작 및 수급이 가능한 매체와 각 매체별 로드맵을 수립한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으나 이는 지상파 방송을 UHD에서 배제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3일 미래부 산하 TTA 표준화 운영위원회는 PG802(DTV 프로젝트 그룹)가 제안한 지상파 UHDTV 표준화 과제 제안을 사실상 강등시켜 기술보고서로 변경했다. 함께 올라온 80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추진되었으나 지상파 UHDTV 표준화 과제만 기술보고서로 묶인 것이다. 이에 TTA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기술보고서로 채택되었을 뿐이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TTA 운영위원회 직전 미래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설도 흘러나오며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유럽 EBU의 경우 세계 UHDTV 발전에서 한발 물러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UHDTV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TTA의 결정은 미심쩍은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게다가 지상파 UHDTV 표준화 과제 채택을 기술보고서로 변경한 사유가 주파수 할당 미비라는 것도 논란이다. 주파수 수급과 별개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종합계획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명확해진다. 종합계획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UHD 방송의 상용화는 콘텐츠 제작 및 수급과 기술 R&D(연구개발)·표준화 현황,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을 감안해 추진하기로 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여기에 표준화 현황이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정리하자면, 정부의 종합계획이 지상파 UHD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TTA의 지상파 UHDTV 표준화 과제 제안이 거부당하면서, 궁극적으로 지상파 UHDTV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종합계획은 UHDTV 주체에 대한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정부는 뒤로 지상파의 UHDTV 표준화 과제를 인정하지 않으며 결국 지상파의 UHDTV 자격을 박탈하는 셈이다. ‘득’이 아니다.

지상파 중간광고도 마찬가지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발전계획의 광고제도 개선안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중간광고는 지상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진영에서 반대를 주장하는 분위기다. 또 초안에는 중간광고가 명시되어 있으나 12월 10일 종합계획에는 중간광고라는 단어가 빠져있는 부분도 예사롭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종합계획의 수신료 현실화 부분과 맞물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분명한 점은, 지상파 중간광고는 초안보다 후퇴했다. ‘득’이 아니다.

수신료 현실화도 마찬가지다. 종합계획의 수신료 현실화 발표와 동시에 KBS 이사회의 수신료 현실화 결정이 맞물려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당장 수신료 현실화가 종합계획에 실렸다고 해서 이 안건이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제출되었을 때 그 누구도 현실화를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일회성 수신료 현실화는 궁극적으로 KBS2 광고문제와 종편 등 유료방송 광고 재원 지원이라는 문제도 얽혀있다. 물론 지상파 중간광고도 마찬가지다. 이번 종합계획에 등장한 중간광고, 수신료 현실화 등은 정부가 지상파가 아닌, 유료방송 육성 정책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상파는 이번 종합계획의 최대 피해자다. ‘득’이라고 분류된 부분도 따지고 보면 ‘실’이며, 동시에 ‘실’이라고 분류된 부분은 치명적이다. 유료방송 규제완화는 플랫폼으로서의 유료방송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킬 것이며 이는 보편적 미디어 서비스의 해체를 의미한다. 여기에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골자로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재송신 제도개선안과 8VSB를 앞세운 케이블 MMS는 콘텐츠 시장의 붕괴와 지상파의 근간을 뒤흔들 뇌관이다. 정부의 종합계획이 창조경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딜레마가 펼쳐진 것이다. 물론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 포기는 ‘덤’이다. 지상파가 PP로 자리잡길 바라는 정부의 비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