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제도 개선안’ 놓고 찬반 논란 가열

‘방송광고 제도 개선안’ 놓고 찬반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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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방송광고 제도 개선을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방통위는 213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에서 매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터넷과 모바일 광고 매출은 계속 증가하는데 방송광고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방송광고 매출액 증대, 경쟁력 있는 방송 콘텐츠 제작 등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선 방송광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동안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에만 허용하던 가상광고를 교양오락 프로그램에 확대 적용키고 하고, 유료방송에 한해서 시간당 5% 허용 기준을 7%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단 보도시사논평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프로그램과 어린이를 주 시청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는 가상광고가 금지된다.

반상권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장은 가상간접광고가 제한되는 어린이를 주 시청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방송법 시행령 제59조의 2 1항을 개정에 이에 대한 정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로그램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시보광고 등 시간과 횟수를 규제해왔던 현행 칸막이식 방송광고 규제도 방송 프로그램 편성시간 당 총량제로 개선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는 유형별 규제 없이 9분에서 최대 1048초 이내 자율적 편성이 가능해지고, 이미 광고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는 유료방송도 그동안 남아 있던 토막광고 3, 자막광고 40초 등 형태별 규제가 완화돼 1012초에서 최대 12분 이내 광고 편성이 가능해진다.

협찬고지 금지도 개선된다. 협찬주가 복수의 상품이나 용역을 제조판매 또는 제공할 경우, 광고가 금지되지 않은 상품이나 용역에 대해서는 협찬고지가 허용되며, 방송광고가 금지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 공익성 캠페인이나 공익 행사를 협찬할 경우에도 협찬고지가 허용된다. 다만 주류나 의료 등 방송 광고 금지 품목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와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과 광고업계에서는 일단 방송과 광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는 기본 취지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용적 측면에서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방송이 갖는 차별적 특혜가 오히려 강화됐다며 이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호윤 MBC 광고기획부장은 편성시간당 총량제를 도입하면서 지상파에 대해서는 편성시간 기준으로 총량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방송 프로그램 광고총량을 규제하는 이중 규제를 적용하고 있고, 가상간접광고 허용량도 유료방송만 대폭 확대해주는 것은 특정 매체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며 지상파의 독과점 지위, 경쟁우위의 지위는 사라진 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에 대한 차별적 규제는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병희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가상간접광고 규제 완화에서 지상파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데 반해 유료방송은 7%로 확대했는데 이에 대한 근거가 무엇이냐며 지상파에 대한 규제 기준이 과도한 측면에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 대표로 참석한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도 유료방송과 달리 중간광고를 하지 않고 있는 지상파의 상대적 불이익 해소를 위한 배려인 것처럼 시작됐지만 실제 내용은 지상파는 현행 유지한 채 오히려 유료방송의 가상간접광고 시간 확대 안이 포함돼 있어 유료방송을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무료 보편적 방송인 지상파보다 시청 비용을 받는 유료방송이 더 확대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유료방송과 신문을 비롯한 타 매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아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고종원 TV조선 경영기획본부장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새로운 광고 시장이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케이블TV 등 타 방송 매체의 광고가 지상파로 수평 이동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매체 간 불균형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 역시 광고총량제가 실시되면 결국 신문과 같은 다른 매체의 광고 분량이 지상파로 이동할 것이라며 한국신문협회 회원사 발행인들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신문 업계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허 사무총장은 현재 국내 광고 시장 규모가 약 95,000억 원이고, 신문 업계가 16,000억 원 정도인데 총량제가 실시되면 이중 10~20%가 지상파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가상간접광고 확대에 따른 시청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광고 규제 완화가 시청자 권익 증진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고, 섣부른 규제 완화는 오히려 공공성을 퇴보시킬 수 있다기술 발전으로 광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상품 시현을 가능하게 하는 등 과도한 규제 완화는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광고 업계에서는 유료방송과 신문 업계, 시민사회단체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광고주 대표로 참석한 김병희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상파 활성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체 광고 산업의 규모도 자연스럽게 커지게 된다방통위 개정안에 대한 비판은 전체 광고 산업 활성화에 역행하는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스마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미디어 동시 사용이 일상적인 패턴이 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TV는 더 이상 보는 매체가 아니라 듣는 매체로 이동하고 있다“(시민사회단체의 우려와 같이) 가상간접광고의 확대가 시청권 침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행봉 한국광고산업협회 전무도 광고총량제만으로는 지상파로의 광고 이동이 극히 미미할 것이라며 “20여 년 동안 이어져온 광고총량제 도입 등 제도 개선안 논의가 이제는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광고총량제와 함께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하행봉 한국광고산업협회 전무는 광고총량제 시행만으로는 광고 혼잡도만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중간광고를 포함하는 등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승진 CBS 매체정책부장은 대부분의 지역라디오 방송사는 중소방송으로 미디어렙법상 지원 대상인데 지상파의 광고 총량이 줄면서 지원 금액이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다지역라디오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먼저 도입해 시험 적용해보고 지상파 전체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이 공청회를 인정할 수 없다며 퇴장해 시선을 모았다. 첫 번째 공술인으로 참여한 허 사무총장은 개정안에 대한 신문협회의 입장을 밝힌 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고 공청회 자체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앉아 있을 수 없다며 그대로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