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디지털 전환, MMS로 해결해야”

“반쪽 디지털 전환, MMS로 해결해야”

437

   
 

(방송기술저널=백선하)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됐지만 직접수신율은 10%이내다. 디지털 전환으로 시청자들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받는지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청자 복지 향상을 위해 하루빨리 지상파 다채널 방송(MMS)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 지상파 디지털 전환의 효과를 시청자들이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방송학회 주최방송통신위원회 후원으로 1210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지상파 다채널 방송 정책 토론회에 발제를 맡은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그동안 유료 방송 업계에서 지상파방송의 독과점을 이유로 MMS 도입을 반대해왔는데 MMS가 국민들에게 무료의 다채널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면 이로 인한 이득은 도입 반대 논거를 상쇄할 만하다며 지상파 디지털 전환 당시 내세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MMS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MMS(Multi Mode Service)라는 명칭으로 소개된 지상파 다채널 방송은 한 채널의 주파수 폭 안에 두 개 이상의 채널을 담아 송출하는 기술로 시청자는 하나의 채널에서 7-17-2 식으로 두 가지 방송을 볼 수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도입이 추진됐지만 유료 방송 업계에서 지상파 광고시장 독과점 심화, 공적 서비스보다는 오락 등 지상파 상업주의 심화 등을 이유로 반대해 10여 년 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런 와중에 201312월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상파 MMS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지난 8월 공표된 3기 방통위 비전 및 7대 정책에 지상파 MMS 추진이 포함되면서 지상파 MMS 찬반논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윤 교수는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매우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이지만 (사전 조사에서) 전문가 전원이 사업자 이해관계보다 국민의 요구가 중요하다고 동의한 만큼 지상파 MMS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국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 대표 격으로 참석한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지상파 MMS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정부가 약속했던 기대 효과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 이후 좋아진 건 화질밖에 없다. 10여 년이 지났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기에 이제는 진짜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 뒤 그런데 아무도 10여 년 동안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규제지관에 대한 질타를 하지 않고 있다. MMS 도입과 함께 규제기관의 책임 부분도 확실하게 언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진 SBS 정책팀 차장 역시 그동안 국민을 너무 외면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MMS에 대한 설문 조사를 보면 대다수 국민들이 긍정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무료로 많은 채널, 지상파의 좋은 프로그램을 더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지상파 MMS에 부정적 답변을 한 국민들은 8.3%에 불과하다. 지상파 MMS에 반대하는 이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반대한다고 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결국은 양질의 콘텐츠로 귀결된다며 지상파 MMS로 시청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열 EBS 정책기획부 부장은 MMS를 통한 정보 격차 해소를 강조했다. 김 부장은 수능과 초중교, 영어 채널에 수십억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채널 도달률이 상당히 떨어진다지금의 PP 정책을 가지고는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 MMS 실시로 EBS PP채널 콘텐츠를 이쪽으로 보낸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유료 방송 업계 관계자들도 시청자 복지 향상을 위해 공익적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MMS를 시행하는 것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임성원 CJ헬로비전 사업협력팀장은 사회적 가치에 해당되는 다양성 측면에서 공익적 콘텐츠로 MMS를 진행한다면 반대하지 않는다.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지상파 MMS가 실시된다고 해서 직접수신율이 당장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상파 MMS 도입이 유료 방송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 교수는 “MMS가 도입되면 유료 방송을 해지하겠다는 응답이 초창기에는 70%에 달했지만 올해 자료를 보니 39%로 줄었다. 그 만큼 유료 방송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라며 또한 MMS에 지상파 수준의 광고를 허용할 경우 채널당 연간 10억 원 미만의 광고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10억 원 미만이 현 방송 광고 시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겠느냐고 의문을 표한 뒤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라는 측면에서 지상파 MMS 도입은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지상파 MMS 도입 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국제 경쟁력 확보가 꼽혔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향후 OTT(over the top)와 같은 해외 비면허사업자의 진출에 대비해 지상파 방송사가 자국 문화 반영 고품질 프로그램 양산 촉진 등 이에 상응하는 경쟁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꽤 많았다며 시청자 복지와 함께 국제 경쟁력 확보도 MMS 정책의 주요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제는 지상파 MMS 도입을 위한 전문가 델파이조사를 기본으로 작성됐으며 조사 대상이 된 전문가 집단은 총 12(지상파 관계자 6, 유료 방송 관계자 6)이다. 1차 조사는 918일부터 928일까지 이뤄졌고, 2차 조사는 102일부터 1014일까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