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열풍? … “시청률로 알 수 없어”

미생 열풍? … “시청률로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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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 ‘미생’이 ‘미생 열풍’, ‘미생 광풍’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내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자기와 같은 처지에 놓인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보며 함께 울고 웃는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에는 어김없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라가 있다. 하지만 시청률 조사 기관이 발표한 수치만 보면 이 같은 인기를 느낄 수 없다. 국민 드라마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드라마의 인기를 반영하는 객관적인 지표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기존 시청률 조사 방식이 통합 시청률로 변경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TV 시청 행태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로 변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합할 수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생 열풍을 만들어내고 있는 주 시청층인 20~40대 연령층은 TV보다 인터넷, 주문형 비디오(VOD) 등을 통해 방송을 접하고 있지만 이들은 시청률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주최로 12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청률 조사 방법, 어떻게 바꿔야 하나?’란 토론회에서도 현행 시청률 조사 방법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통합시청률 조사가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시청률 지상주의’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겠지만, 공들여 만든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나와야 공정한 경쟁 환경 또한 조성될 수 있다”며 스마트 시대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역시 통합시청률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고 상임위원은 “VOD 시청 가능 가수가 올해 10월말 기준으로 총 1,700만(IPTV 1,000만, 디지털 케이블 700만)이고, 아직 디지털 상품으로 전환하지 않은 780만 가입자도 있다”며 VOD나 스마트폰을 통한 시청 시간을 정확히 측정해 변화된 TV 시청 행태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역시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2016년부터는 스마트폰, PC, 태블릿 PC 시청자는 물론이고 VOD 이용자까지 합친 통합시청률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철 방통위 미디어양성정책과장은 “영국, 스위스,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캐나다에서 이미 통합시청률 측정이 시행되고 있고, 노르웨이나 덴마크는 통합시청률을 공식적인 TV 시청률로 사용하고 있다”며 “방통위도 고정형 TV 시청률 조사와 N-스크린 시청기록 조사를 통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날 발제를 맡은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행 시청률에 대한 일차적 불만은 ‘커버리지’에서 비롯된다”며 현행 시청률 측정 문제를 △기기(PC나 이동형 기기) △플랫폼(DMB, IPTV, OTT 사업자) △서비스(VOD, 다운로드) 등 세 차원의 커버리지 확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VOD를 시청률에 넣어야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VOD의 경우 본방송 시청과 달리 빨리 보기나 점핑, 스킵 등이 가능하고 한 사람이 여러 번을 보면 여러 명이 본 것으로 적용될 수도 있는데 이것을 시청률 개념에 넣기엔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VOD 시청자들은 광고를 보지 않다는 또 다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선 통합시청률에 대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SBS 관계자는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것은 너무 성급해 보인다”며 단계별로 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현행 시청률에 대한 불만을 크지만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며 우선순위를 정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다중매체이용 시청자의 특성을 추정할 수 있는 모집단 조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새로운 시청률 조사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정치권과 업계 전반이 공감을 표하고 있으나 통합시청률 조사 방법이 확정되고 실제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