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법안 상임위 통과

미디어렙 법안 상임위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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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는 5일 밤 10시 37분 속개된 전체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미디어렙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0~11일 열릴 본회의에 정식으로 상정될 예정이며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법안’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된다.

당초 미디어렙 법안을 둘러싼 현안은 한치 앞도 못 보는 안개와도 같았다.

작년 말 SBS에 이어 MBC가 자사 미디어렙을 공식 선언한 직후 여야가 해당 법안에 합의안을 내놓는 등 미디어렙 법안 처리에 대한 기대는 최고조에 달했었다. 그런데 해당 법안 처리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련)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등의 시민단체들의 입장차가 명확히 갈리면서 상황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5일 여야는 국회에서 문방위 전체회의를 열고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위한 막판 조율에 들어갔으나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 현실화를 논의할 소위원회 구성안을 미디어렙 법안과 함께 논의하자는 카드를 꺼내자 정국은 극속도로 경직되기 시작했다.

통합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수신료 현실화 소위 구성과 미디어렙 법안 동시 처리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고 한나라당은 ‘수신료를 올리자는 것이 아니라 논의할 기구를 설립하자는 취지’라며 전방위적인 설득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재희 문방위 위원장에게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직권상정을 주문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렇게 전체회의는 해당 안건에 대한 견해 차이로 파행을 거듭했고 결국 밤 10시 30분 경 한나라당 단독으로 미디어렙 법안 처리와 KBS 수신료 소위 구성안이 동시 상정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통합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우선 이번에 처리된 미디어렙 법안을 살펴보면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위탁은 ‘사업자 승인일’로부터 3년 유예, -1공영(KBS,MBC,EBS) 다민영(SBS,종편) -방송사 1인 최대지분 40% 허용, -이종매체(신문과 방송)간 교차판매 금지,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출자금지, -중소방송 과거 5년간 평균 매출액 이상 연계판매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각 방송사와 이해 관계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우선 KBS의 경우 미디어렙 법안 자체에 대한 실익은 없지만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물꼬가 트인 점에 있어 한시름 놓게 되었고 자사 미디어렙을 주장한 MBC의 경우 해당 법안대로라면 공영 미디어렙에 편입되기 때문에 타격이 클 전망이다. 그리고 SBS의 경우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출자가 금지되긴 했지만 본사에서 주식을 매각해 미디어렙을 추진하는 길이 열렸고 방송사 1인 최대지분 40%로 충분한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한시름 놓은 상태다.

문제는 종합편성채널 특혜 부분이다.

종편은 이번 미디어렙 법안 처리로 최대 2년 6개월 동안 직접광고영업의 길이 열렸으며 그 후에도 자사 미디어렙을 통한 영업이 가능해져 이번 법안 처리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도 기업에 약탈적인 광고 영업을 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숨통’이 트인 것은 물론 향후 외연확장을 위한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CJ E&M이 종편의 저조한 영향력에 자신감을 얻어 모든 자사 PP의 광고료를 100% 인상하기로 하는 마당에 종편에 더 이상의 특혜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측근의 뇌물수수 혐의로 곤경에 빠진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모든 관심이 미디어렙 법안 처리에 쏠려있는 탓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평이다. 국회에 출석한 최 위원장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의원들의 대대적인 질문공세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2분간의 신변변호를 끝내는 것으로 해당 논의는 일단락 되었다.

또 입장이 갈린 언개련과 민언련도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이번 미디어렙 법안 처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추후 행동지침을 결정함으로서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