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형 안테나 장착 놓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

내장형 안테나 장착 놓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안테나가 내장돼야 수신 환경 개선돼” VS “10%도 안 되는 직수 위한 TV 출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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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초고화질(UHD) TV 내장형 수신 안테나 장착 문제를 놓고 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지상파 UHD 방송의 수신 환경 개선을 위해선 안테나 내장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사들은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안테나 내장 UHD TV 출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시민사회단체는 시청자들의 보편적 방송 시청권과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내장형 수신 안테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 UHD 방송은 실외 안테나를 설치할 필요 없이 실내 안테나만으로 수신이 가능한데 가전사에서 내장형 안테나가 설치된 UHD TV를 제조하면 시청자들이 번거롭게 실내 안테나를 구입하고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앞서 지상파 UHD 방송 수신 환경 조성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지금은 디지털TV를 사고도 전파를 수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 디지털 전환 당시 안테나가 같이 판매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까지 있다”며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수신 안테나를 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내장 안테나가 논의되는 것도 공시청 시설 개보수에 대한 사회적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중장기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정책 당국이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큰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안테나를 구입해 직접 수신을 하고 있다는 직장인 정모(36, 남)씨는 “텔레비전이라는 기기에 대한 정의를 보면 전파를 받아 그 영상과 소리를 재현시켜 주는 기계라고 나오는데 지금 출시되고 있는 TV들은 전파를 수신할 수 없다”며 “휴대전화에도 들어있는 안테나가 왜 TV에는 없는지 시청자 입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테나 내장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하지만 가전사에서는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최근 열린 지상파 UHD 표준 관련 공청회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기술적 진전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은 가전사에서 내장 안테나 관련 기술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휴대폰 안테나 내장 기술 등 가전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이라면 안테나 내장 TV도 가능하다”며 “가전사별로 안테나 내장을 위한 선행 기술을 연구해오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 특허까지 출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UHD KOREA는 시중의 UHD TV에 안테나를 내장하는 기술을 개발해 그 시제품을 ‘제26회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에서 시연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UHD KOREA에서도 시제품을 전시했는데 글로벌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그 정도의 기술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가전사의 주장에 의문을 던졌다.

물론 안테나 내장에 따른 추가 비용 문제는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내장 안테나를 장착하기 위해선 TV 한 대당 약 1,000원~2,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가전사 측은 “한 대당 비용으로 따지면 적지만 전체 TV로 환산해보면 엄청난 비용”이라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비용이 증가하긴 하지만 부가가치 창출 대비로 보면 미미한 정도”라며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가전사가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100만 원이 훌쩍 넘는 TV를 구입하는데 1,000원~2,000원 정도밖에 안 하는 내장 안테나를 못 넣어준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가전사가 우려하는 수신 불량 등 민원 문제도 책임진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사 측은 “TV를 구입하고 설치할 때 현장에서 설치를 지원하는 서비스 기사가 충분히 설명을 하고 방송사나 UHD KOREA로 안내한다면 가전사로 들어가는 민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사가 운영하고 있는 UHD KOREA의 콜센터를 통해 발생하는 민원 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전사에서는 “10%도 안 되는 직접 수신 가구를 위해 내장형 안테나가 장착된 UHD TV를 출시하기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고, 지상파 방송사와 시민사회단체는 “내장형 안테나가 장착된 UHD TV가 출시돼야만 수신 환경이 개선돼 직수 가구가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오래된 딜레마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