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시청 해소? … 이대론 ‘안 돼’

난시청 해소? … 이대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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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로 예정되어 있는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어도 약 330만 명(110만 가구)에 이르는 국민들이 TV를 제대로 시청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은 25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말 아날로그 TV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TV 방송으로 완전 전환되더라도 디지털 난시청 지역이 많아 최소한 전국의 110만 가구에서 TV를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현재 디지털 방송의 수신율을 보면 KBS1을 기준으로 93.8%인데 이렇게 따지면 디지털 방송의 난시청 가구 수가 110만이고, 3인 가족으로 가정해보면 330만 명이 TV 시청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방통위 측에서는 연말까지 난시청 가구가 70만 가구(210만 명)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이는 아날로그 TV 방송 수신율을 96%로 가정한 수치로 적합하지 않다”면서 “이렇게 본다면 ‘디지털 미전환’이 27만7000 가구만 남았다는 방통위의 주장도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수치와 관련된 후속취재 준비 중)

유 의원의 지적처럼 디지털 전환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디지털 전환 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많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아날로그 순차종료 외에도 자막고지 및 가상종료로 인한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율의 급격한 하락뿐만 아니라 여전히 답보 상태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와 700MHz 대역 주파수의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유 의원은 “디지털 전환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330만 명이 TV를 못 보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는 ‘디지털 재앙’에 가깝다”면서 방통위가 정권 말기라고 대충 넘기지 말고 마지막 한 명의 국민까지 TV를 못 보는 일이 없도록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방통위가 진행해온 사업 자체가 의미 없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지상파 채널 보려고 유료 방송 본다”

디지털 전환 자체가 난시청 해소와 고품질 등 폭넓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시청자 우선의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전국 무작위 102개 가구를 대상으로 시청자연대와 DTV코리아가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국민들은 직접 수신을 원하고 있지만 난시청 때문에 유료방송을 어쩔수 없이 보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 이후에는 직접 수신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TV전환감시시청자연대 측은 현재 유료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가구의 대다수는 ‘지상파 채널이 잘 안 나와서’인 경우라면서 난시청 해소야 말로 직접 수신 하락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의 근본 목적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직수율 높이려면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와 700MHz 주파수 확보해야”

이에 앞서 지난 20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지상파 방송, 이제는 길을 찾자’ 세미나에 참석한 김칠성 KBS 국장은 “디지털 전환이 되면 난시청 등의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고 고백한 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난시청은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그저 방송의 고품질화에만 매달린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현재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난시청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조기 정착과 700MHz 대역의 주파수 확보라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 무엇보다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이 ‘직접 수신 확보’인데 이를 위해서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와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한 난시청 해소‧뉴미디어 발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동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역시 시청자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방송기술저널> 보도에 따르면 가상종료 및 자막고지로 인한 직접수신율 하락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광주광역시의 경우 23%의 직수율이 4%대로 급격히 내려갔다”며 이는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정책결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직접수신율과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700MHz 대역 주파수 문제가 ‘디지털 전환’의 동일 선상에서 이뤄져야 하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지금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년 광주대 교수 역시 방통위의 정책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며 “방통위는 현재 사업자간 이해 조정 기능과 시청자의 편익을 추구하는 기능 중 시청자의 편익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추구하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위한 전향적인 결정과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미래 미디어 청사진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이제라도 시청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디지털 전환은 몇 년 동안 준비해온 국가적 사업이다. 그런데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는커녕 홍보 부족과 정책적 미비함으로 인한 ‘블랙아웃’ 및 ‘디지털 난시청’의 위험 등에 노출돼 있다. 이 문제뿐만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을 둘러싼 많은 문제점들을 본지에서 끊임없이 다루어 왔지만 방통위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D-day가 얼마 남지 않았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지금이라도 방통위가 시청자 입장에서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고, 정책 방향을 수정한다면 분명 우리가 마주할 위험 수위는 낮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