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송을 모른다”

“나는 방송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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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했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정영하 위원장의 면담 요청에 “나는 방송에 대해 잘 모른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계철 위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취임 당시 우려했던 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 취임 당시 방송계에선 방송과 관련된 경력이 없는 만큼 방송 각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관련 정책을 밀어붙이기에는 다소 역부족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예상했던 대로 이 위원장은 청문회부터 일관되게 방송현안과 정책에 ‘모르쇠’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방송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인 방통위 위원장이 방송 현안과 정책을 모르고 어떻게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 신문방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박상규 씨는 “어떻게 방송 관련 정부 부처장이 공개석상에서 “방송을 모른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렇게 되면 방통위는 무용지물이지 않는가”하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MBC 파업 사태를 놓고 방통위 상임위원들 간 설전이 벌어졌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부결되고, 방문진 이사 3명이 보이콧을 선언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언제까지 MBC 내부문제라는 논리로 회피할 것이냐”며 MBC 파업 전반을 공식의제로 상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충식 상임위원도 이에 동의하며 “시청권 침해가 명백한 상황인 만큼 방문진 이사장을 한 번 불러서 MBC 사태에 대한 진상을 듣고,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그런 초보적인 것조차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정부여당 측 추천인사인 신용섭 상임위원은 “방송사 내부 노사 간의 문제로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방송규제기간인 방통위가 아니라 파업의 문제인 만큼 고용노동부가 관여하는 것이 옳다”고 답했다. 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도 “파업이 장기간 진행되고, 시청자 불편을 초래한 것은 유감이지만 이는 언론자유와 독립성의 문제”라며 “섣불리 개입을 하거나 조치를 취했다간 더 악화되고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문석 상임위원의 요청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MBC에 이어 KBS, YTN, 연합뉴스까지 공정보도 회복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방통위 수장은 물론 그 내부에서 조차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과연 방통위의 존재 이유에 대해 위원장은 물론이고 방통위 종사자 모두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전체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 언제까지 침묵만 하고 있을 것이냐”며 강하게 비판한 뒤 방통위 해체 투쟁을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MBC본부, 파업 100일을 앞둔 국민일보 지부, 연합뉴스 지부 등 파업 사업장의 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해 “모든 방통위 위원들이 책임감 있게 언론사 파업 사태를 논의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