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자본시장 통합법 새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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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통합법 새로보기

 

동북아미래포럼 사무국장 장용득

 

 

지난달부터 월스트리트에서는 심각한 뉴스들이 쏟아졌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했고 메릴린치는 500억달러(주당 29달러)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됐다. 차기 파산 영순위로 지목된 미국 최대의 보험사인 AIG에 85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결정도 이어졌다.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2000억달러 지원을 발표한지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대공황 이후 미국정부의 최초의 구제조치라던 베어스턴스 사건이 이후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잊을 만 하면 쏟아지던 미국 금융위기관련 뉴스는 미국 1,2위 IB(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상업은행을 자회사로 둘 수 있는 지주회사로 변경된다는 소식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모든 투자은행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라는 것이 시행된다. 자본시장통합법의 핵심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내 IB(투자은행)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투자은행이란 고객이 맡긴 예금을 중심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주로 채권이나 주식 등의 유가증권의 발행 및 유통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은행이다. 이런 투자은행을 육성하기 위해 걸림돌인 여러 가지 규제를 법적으로 해소하여 자본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여러 상품들은 법적으로 취급가능한 금융상품이 정해져 있는 열거주의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예정인 자통법은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법적으로 분명히 금지되어 있는 종류의 상품만 아니라면 어떤 종류의 금융상품도 취급할 수 있다. 이는 증권사를 비롯한 자본시장의 금융기관들이 다양한 종류의 금융상품을 만들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이기도 한 기상천외한 파생상품들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 유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여러 파생상품들이 정부의 규제를 벗어나 수차례의 합체와 변신을 통해 세계 최대의 금융기관들을 파산으로 몰고 갔던 지금의 사태가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자체는 단순히 주택담보대출에 지나지 않지만 이 채권들이 투자은행의 주요업무인 ‘증권화’를 통해 유통되기 시작하자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 규모로 커지게 되었다. 집값이 계속 상승을 유지하고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위기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고 대출 연체가 시작되자 이 대출을 ‘증권화’하여 유통된 여러 금융상품들의 가치도 동반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유수의 대형 금융기관들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런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정부는 대공항 이후 최초의 구제금융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세계 여러 경제학자들은 국가 개입을 최소화 해왔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장중심 자본주의가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단순한 모기지 채권이 여러 가지 형태로 변모하여 그 덩치가 끊임없이 커진 것은 정부당국의 규제가 없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지금도 미국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 규모를 규제는커녕 규모조차 확인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환경 하에서 투자은행들은 일반대출을 통한 소소한 마진보다는 집값만 하락하지 않는다면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내고 유통시킨 것이다. 규제 풀린 금융기관들의 파산은 이들의 몰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해 국민들의 피해로 결국은 귀결되기 마련이다.

내년 시행 예정인 자통법은 이런 미국의 투자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의 육성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08년 현재 자통법의 모델이 된 미국의 투자은행은 모두 사라져 버린 상태이다. 이를 두고 규제가 풀린 자본시장의 폐해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자통법 역시 본격 시행에 앞서 이런 우려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장치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