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A 2013을 통해서 본 미디어 서비스 방향 전망

[기고] KOBA 2013을 통해서 본 미디어 서비스 방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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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환 EBS 교육방송연구소 특임부서장

방송기술의 변천사를 해마다 체험으로 느끼게 하고, 미디어 기술 발전을 선도하며 국제적인 전시회로 자리매김한 KOBA,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는 올해 23회를 맞이하였다. 이 전시회는 미디어 기술의 진화를 한 눈에 소개하고, 관련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의 방송기술이 세계 미디어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방송의 신비감과 희소가치로 인해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방송 종사자의 위상도 이제는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 중에 하나로 퇴색되어가고 있으며 경쟁 매체와의 승부에서 생존 전략을 세워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방송이 좋아서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방송기술인들에게 미디어 산업 전반의 융합과 발전의 시기에 방송기술인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하는 내용으로 적어보고자 한다.

오늘날 방송의 위치는 어떠한가?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미디어는 의식주 문제와 연결하여 항상 우리 가까이 존재한다. 정보를 얻고,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서 행복과 불행을 더하거나 덜어주는 중심에 소셜 미디어라는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모두가 정보의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시대가 되었다. 유선과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서 전 세계인이 연결되어 있고, 소비자는 유튜브를 이용하여 세계 곳곳의 변화를 동영상으로 알 수 있고, 각 개인의 자랑거리라는 창의적인 생산품을 전 세계인과 바로바로 나눌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튜브에는 분당 100시간 이상 분량의 동영상이 새롭게 업로드되고, 월간 방문자 수는 10억명을 넘겼다고 한다. 동양의 작은 나라의 가수 싸이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로 유튜브 최다 조회 수인 16억건 이상을 기록했다. 이것은 국내 방송망을 통해서는 이룰 수 없는 기적과 같은 대기록이 아닌가? 국경없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문화는 자연스럽게 전파 되고 있으며 우리는 소비자의 마음도, 생산자의 움직임도 잘 알게 되었다. 이전의 방송이 가지고 있던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는 이미 무너졌으니 이 시대를 스마트 서비스시대라고 부르게 되었다.

과거의 방송 매커니즘이 마치 제조업에서 이루어지던 형태처럼 장인 정신을 가진 단일 제품에 집중화 되었다고 한다면, 이제 방송은 다양한 미디어 환경 아래에서 시대를 앞장서는 융합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서 최고의 제품, 즉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하면 그 이후의 모든 것은 저절로 해결되던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미디어 플랫폼이 제한적이던 시절의 방송 매체의 영향력이란 유명한 드라마 한편, 스포츠 중계 한 편이 거리의 유동 인구수를 좌우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미디어라는 큰 물결은 새로운 신기술의 각축장이 되었다. 이런 변화의 근간에는 첫 번째로 유무선 네트워크라는 기반 기술의 변화요소가 있다. 두 번째는 HDTV와 3DTV, UHDTV 등과 같은 압축기술 변화가 견인하고,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얼굴 마담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실감방송에 대한 기대요소가 있다.

심지어 UHD 콘텐츠는 공급되지도 않은 채 디스플레이 시장이 앞서서 열리고 있다. 미디어 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콘텐츠만도, 기술만도 아닌 종합적인 시대를 리드하는 서비스라는 반증이다. 그래서 오늘은 세 번째 기반요소인 서비스 관점에서 미래 방송의 방향성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현대 사회는 제조업시대처럼 하나의 명품 생산물로 만족하던 시대를 넘어서 모든 것이 종합서비스인 시대가 되었다. 만족하는 서비스에 그 대가를 지불하는 시대인 것이다. 수년전부터 방송사에서는 흔히 공급자 중심 사고에서 수요자 중심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 해왔다. 사고의 변화는 생각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는 서비스의 결과물이 아니다.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지만, 이것은 전체 서비스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앞으로 콘텐츠는 한 두 사람의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서는 온전한 지식 서비스 시대를 이끌어 갈 수가 없게 되었다.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이미 잘 알고 병원을 찾고 있으며, 세계 유명인의 패션을 일반인들이 알고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터넷 시대 검색의 힘이다. 우리가 할 일은 각종 지식과 서비스를 융합하여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개개인의 다양한 선호와 요구사항에 맞추어, 관심의 끈을 놓지 않도록 매 화면마다 감동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다가가야 것이다. 마치 스스로 진화하는 유기체처럼. 우리 자신이 그러하듯 고객은 까다롭고,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한다. 그래서 금방 보다나은 서비스를 찾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만다.

콘텐츠도 시선을 잡아 둘 수 있는 자극을 계속해서 주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사회의 관심사에 대하여 빠르고 깊이 있는 접근으로 창의적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승리자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미디어 시장 변화는 이제 큰 조직에서 만든 대형 기획 콘텐츠와, 사람들의 두뇌를 자극하는 다양한 창의적 콘텐츠 분야로 나누어 발전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방향으로 세상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기반 기술은 이제 널리 퍼져있고, 사람들은 상상의 세계를 구현 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존의 미디어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과 더하고 빼고 맞추고 연결하면서 창의적인 서비스로 다가가는 것이다.

여기에 재료로 쓸 만한 몇 가지 기술 요소들을 살펴보자. 먼저 모든 사물에 센서·통신 기능을 부과하여 지능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상호 전달하는 네트워크를 말하는 M2M(Machine to Machine, 사물지능통신) 이라는 개념과 인간의 개입 없이 인간이 추구하는 서비스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기계간 상호 협력적으로 센싱하고 네트워킹을 통해서 처리된 정보를 주고받는 IoT(Internet of Things) 개념의 접목이 필요하다. 이 접목의 중심에는 결국 최상위 소비자인 인간이 있다. 인간을 위한 미디어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심리에 대한 이해와 사람의 오감을 적절히 이용하여 우리 주변의 장치들도 나의 의지대로, 내가 마음먹는 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는 인간의 신체 활동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연구가 상당히 진전되어있다. 이것은 또 UX(User eXperience)를 통해서 거부감 없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 상황에 맞는 접목은 미디어 산업 분야에도 파급력을 가진다. 여기 관련 기술을 살펴보자. 근거리 통신망 관련기술인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도 개인 맞춤형 미디어 서비스에 좋은 도구로 이용 될 수 있다. 여기에는 미디어 콘텐츠 공유를 위한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도 필요하다. 방송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증강현실 방송 서비스는 구글 글래스를 통해서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보안성을 고려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그물처럼 연결되고 파급력을 가지고 전파 될 수 있다. 또한 센서 네트워크를 통하여 수집한 수많은 빅데이터 정보를 분석하면 개인별 미디어 소비에 맞는 서비스 모델 개발도 가능하게 된다.

여러 요소 기술들은 잘 요리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글을 읽는 분들이다. 반면에 새로운 시대 변화를 이끄는데 가장 큰 걸림돌 또한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가진 튼튼한 기술이라는 골격에 아름다운 콘텐츠 서비스라는 살을 붙이며 나아가자. 지금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어느덧 새로운 미디어 세상을 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