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특혜, 자의적 논리 벗어나야

[기고]종편특혜, 자의적 논리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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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종합편성채널이 시험방송을 거쳐 11월부터 개국을 예정하고 있다.

원래 인정 상 신규미디어가 출범하면 사업의 성공을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미디어전문가의 입장에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신문방송 겸영에 대한 우려나 미디어법의 처리를 둘러싼 MB정부의 절차적 하자 때문이 아니다. 자본에 친화적인 우파정부가 등장하면 신문방송겸영이나 미디어 규제완화정책이 시행되었고,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스마트폰 같은 소셜 미디어시대에 사양산업인 신문사가 방송을 겸영하여도 여론의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의 지상파가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 이상을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몇 년만에 따라 잡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종합편성채널에 특혜를 주어 조중동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충분히 예견할수 있는 부분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검토되고 있는 종편특혜는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의무재송신외에도 방송사 직접광고영업, 기존의 지상파와 인접한 낮은 채널 배정, 방송발전기금 징수유예, 전문의약품 등 방송광고금지품목 규제완화 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편특혜의 논리가 너무나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편성채널이 신규매체이므로 지원을 통해 생존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바꾸어 말하면 종합편성채널의 생존과 발전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구태여 4개씩이나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할 필요가 있는지 원초적인 의문이 든다.

현재 무리한 종합편성채널의 허가는 비교적 청정지대에 있는 기존의 방송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 1990년대 뉴미디어 다채널이 시작되면서부터 최근까지 지상파는 공익논리에 입각하여 보도, 교양, 오락을 골고루 편성하고 여론영향력이 민감한 보도부문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이에 반해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스포츠,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전문 편성하여 국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종합편성채널은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 등에 공급되는 종합편성채널이다. 이처럼 지상파가 뉴미디어에 모두 공급되는 상황에서, 구태여 또 다른 준지상파채널을 보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치적 필요 때문에 조중동에게 방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였다면, 차라리 프랑스의 TF1처럼 지상파를 사유화시키는 것이 낳았을지도 모른다. 한해 몇 천억 원하는 추가재원만이라도 아낄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이라도 종합편성채널은 지상파의 공익성이나 뉴미디어의 다양성 철학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지상파의 공익성논리를 따른다면 의무재송신과 낮은 채널을 배정하되 미디어랩을 통한 위탁, 방송발전기금 납부와 전문의약품 등 광고금지품목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시청하는 특혜를 부여받는 대신에 엄격한 영업윤리를 준수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뉴미디어의 다양성 철학을 따른다면 방송발전기금 유예, 광고규제완화와 직접광고영업이 가능한 대신에 의무재송신과 낮은 채널을 배정받아서는 안 된다.

1990년대 중반에 케이블TV가 시작되면서 지난 20년간 정권의 필요성에 따라 너무나도 많은 신규미디어를 허가하였다. 오천만 인구의 좁은 국토에 케이블TV에 이어 위성방송, DMB, IPTV, 종합편성채널까지 온갖 채널로 넘쳐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상파콘텐츠가 이름만 달리한 뉴미디어사업자에게 전송되어 재송신 갈등이 빚어지고 있으며, 한정된 가입자를 둘러싼 뉴미디어간의 이전투구도 확대되고 있다.
이제 내년이면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방송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디지털체제에 걸맞게 방송체제도 정비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무분별한 종편특혜는 중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