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악령’이 떠돈다

과거의 ‘악령’이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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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방송의 보편적 가치를 지켜내야 할 때

지난 1월 21일 새 정부 인수위원회는 한나라당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발의하였다. 인수위가 발의한 법안을 보면 상당히 우려스럽다. 이번에 발표된 입법안의 내용은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는 것 뿐 아니라 5명의 위원 중 2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3인을 국회교섭단체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명시해 놓아 상황에 따라서는 5인의 위원 중 4인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도록해 위원장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놓았다.

또한 한나라당은 동 법안의 국회 처리와 관련해 이미 제출해 놓은 정부조직법과 연계해 처리하기 위해 동 법안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전혀 없는 행자위에서 처리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는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정치적 거래를 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의중으로 파악된다. 만약 한나라당의 의도대로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동 법안이 수정 없이 통과된다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방송을 장악하게 되고 앞으로 방송계는 그들의 의도대로 재편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인수위원회에 속해 있는 인사들은 이번 법률안을 내기 전에 방송과 관련된 온갖 정책들을 흘리며 방송계를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개편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해 오고 있다. 2004년 한나라당이 발의한 국가기간방송법을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공영방송위원회를 구성해 방송을 공영과 민영으로 확실히 구분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MBC에 대해서는 공영과 민영 중 택일하라는, 즉 민영화를 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치않고 있다.

지금 방송계는 기술의 발달에 따른 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FTA를 통한 방송개방 등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혼탁한 상황 속에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지난 몇 년간 시민사회단체와 방송종사자들은 무료보편적 방송서비스 영역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해 왔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전환을 통해 보다 양질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전환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해 놓았으며, 유
료방송의 확대로 인해 예상되는 소득격차로 인한 문화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MMS를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노력들은 특히 지상파 방송이 어떠한 사회적 세력에 독점되거나 그로 인해 방송이 가지는 보편적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들이다. 방송은 사회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특히 지상파의 경우는 그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기술발전에 따른 방송의 발전은 보다 양질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
는데 쓰여 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 이러한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를 중심으로 한 지금의 방송과 관련된 논의를 보면 한결같이 방송을 장악하려 하거나, 방송을 산업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시도는 점차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러한 시도들을 저지하기 위한 우리 방송 현업인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만약 이러한 이들의 시도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아마 우리의 방송계는 과거 공보처 시절로 회귀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김종규 | MBC 정책기획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