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장의 현재와 AI 영상 제작

<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4년 9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 한영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연구위원/언론학 박사] AI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의 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AI 기술이 전 영역에서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성장 동력으로 거론되며 AI 기술력이 곧, 국가 생존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창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던 팬데믹 시기에는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 산업이 대규모 디지털 전환기를 겪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 화두에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AI 기술 수준이 산업・경제에서 가늠자 역할을 하며 AI 트랜스포메이션(AX)을 통해 다시금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AI 기술은 이미 콘텐츠, 커머스, 금융, 제조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며 어느새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 AI 경쟁 양상은 단순히 업무 자동화 수준이 아니라, 엔드 유저(end user)를 겨냥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집중하며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체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실증 경쟁에 돌입했다. 그간 AI 기술은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생성에 이르기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연일 놀라운 기능을 선보였고, 정교함을 더하며 품질을 높일 때마다 산업적인 기대감도 증폭됐다. 이는 생성형 AI를 도입하면서 한층 더 고조됐다. 실제로 생성형 AI를 적용하기 시작하며 AI 투자는 기존 대비 무려 7배로 증가했고, 구글(Google) 검색도 700% 이상 급증했다.

AI 시장의 현재
생성형 AI 도입 이후, AI 열풍은 더욱 거세지며 고속 성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잠시 주춤해졌다. 그간 AI는 단기간에 놀라운 기술력을 선보이며 성장 가도를 달려왔지만, AI 핵심 기술을 구현하는 미국계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가격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와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이 4.3%로 오르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데, 미국 내 실업률을 고려해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실행할 경우,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예측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이와 더불어, AI 버블론이 주장되고 있다, AI 훈풍으로 투자금 확보가 비교적 쉬웠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성과를 찾지 못하며 AI 비즈니스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력이 기대할 만한 가치를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과도한 기대와 평가로 글로벌 투자금이 AI에 쏠리면서 마치 2000년대 IT 버블을 연상케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전체 벤처 캐피털 투자의 절반이 AI 및 머신러닝 스타트업에 집중된 상태인데, 이대로 뚜렷한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채 투자 과열이 계속된다면 버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엔비디아의 경우, 46일 동안 약 2조 4천억 달러의 주가 변동성을 보였는데 AI 기술의 과도한 기대와 실제 성과 간의 괴리가 커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그대로 결과로 나타낸 셈이다.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프트(MS)도 AI 비즈니스에 열중하며 과도한 지출을 보였는데, 2분기 실적에서 수익과 영업이익이 모두 예상치를 넘어 초과 수익을 달성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주가 하락을 가져왔다. 생성형 AI 붐을 일으킨 오픈AI도 올해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 테크 전문 언론사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오픈AI가 천억 달러의 가치로 평가받았지만, 올해 40억 달러의 매출, 50억(6조 8,900억 원) 달러의 손실을 예상했다. 향후 오픈AI가 수익성, 지속가능성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IT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시장 점유율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2022년 60.4%에서 2024년 55.9%로 하락했지만, 구글은 2022년 29.2%에서 2024년 35.6%로 상승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카카오톡은 유튜브에 1위를 뺏기는 등 국내외 AI 시장의 내 불안감은 한껏 고조된 상황이다.

AI 영상의 새로운 가능성
AI의 기술 수준은 나날이 발전하며 각 분야에서 높은 침투력과 가능성을 만들어 간다. 현재 AI 비즈니스는 외부효과로 불안감이 고조되며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운 상태지만, 미디어 산업에서는 영상 콘텐츠의 전 과정을 생성형 AI로 제작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탐색해 가고 있다.

국내 최초로 지난 2월, 두바이에서 처음 열린 ‘국제 AI 영화제(AIFF)’에 권한슬 감독의 단편 영화 <원 모어 펌킨(One more pumpkin)>이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는데, ‘대상’과 ‘관객상’을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AIFF 초청작 10편 중에서 유일한 동아시아 작품이었는데, <원 모어 펌킨>을 통해 한국이 보유한 AI 영상 제작 역량을 알리고, 동시에 영화제 수상까지 석권하며 콘텐츠의 작품성과 대중성까지 인정받은 셈이다. <원 모어 펌킨> 사례는 AX가 부상하며 AI 기술력이 강조되는 시기에 국내 영상미디어의 신산업 영역을 개척해 나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원 모어 펌킨>은 판타지 호러 장르물로서 한국 노부부가 200살 넘게 장수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상은 한국적인 이미지와 서구적인 핼러윈 이미지를 혼합하여 신선하고 몽환적인 비주얼로 흥미를 끌었다. 이 영화는 기성 영화와는 다르게 러닝타임이 3분밖에 되지 않지만,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을 모두 생성형 AI만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즉 <원 모어 펌킨>은 기존 영화 제작 방식에서 영상과 음성의 실사 촬영이나 CG 보정과 같은 방식을 모두 생성형 AI로 대체하면서 제작 과정뿐 아니라 제작 기간과 제작 비용에서도 AI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실험적인 사례이다. 이 영화는 5일 만에 제작을 완료했으며, 무료 AI 오픈소스를 가져와 활용했기 때문에 제작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얼마 전, 권한슬 감독이 <원 모어 펌킨>의 차기작으로 <포임 오브 둠>을 생성형 AI로 제작해서 공개했다. 이번 신작에서는 <원 모어 펌킨>보다 한 차원 진화된 AI 기술을 활용해서 실사에 가까운 영상 품질을 보여줬다. 5분 30초 분량의 <포임 오브 둠>은 무려 10개 이상의 최신 AI 기술을 조합해서 5명이 2주에 걸쳐 만들었는데, 작품 내 수록된 음악은 모두 AI가 작곡해서 부른 것으로, 수준도 굉장히 높은 편이다. 권한슬 감독은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이라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의 제작 스튜디오 대표도 겸하고 있는데, 스튜디오를 통해 자체 특허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요수아 벤지오 교수가 설립한 세계 최대의 딥러닝 연구소 ‘밀라(Mila)’와 파트너십을 맺고, AI 영상 제작 시 비디오뿐만 아니라 오디오도 함께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함께 연구 중이다.

AI 프롬프트 연출과 영상의 완성도
AI 영화 제작처럼, AI를 이용한 영상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바로 ‘AI 연출’이다. AI 영상 제작은 시간, 비용, 인력 등에서 기존 영상 제작과 비교할 때 최소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전 과정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협업, 수정, 보완 등이 가능하다는 유연성을 갖는다. 하지만 사전 기획에서 구상했던 시나리오처럼 제작하려면 프롬프트 작성이 관건이다.

즉 배경, 인물, 스토리라인 등 본래 시나리오 구성처럼 각 요소가 생성형 AI를 통해 얼마나 정교하고 짜임새 있게 구현될 수 있을지가 결과물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특히 영상 속 AI 휴먼은 가상의 인물을 가공한 것이기 때문에 표정이나 행동이 실사 영상처럼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될 수 있을지 중요하다. AI 영상에서는 진짜 같은 현실감과 몰입감을 형성하는 데 AI 휴먼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간의 액팅(acting) 수준도 중요하다. 시나리오와 대본에 구상한 것처럼, 원하는 대로 영상을 생성하려면 프롬프트 작성의 전문성과 영상의 표현 능력을 갖춘 프롬프트 연출력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AI 프롬프트 연출이 영상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참고문헌
•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공식 페이지. https://www.studiofreewillusion.com/
• 매일경제 이코노미(2024. 7. 26). AI로 다 바꿔라 ‘AX 경영’을 아십니까.
• imbc 연예(2024. 2. 7).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권한슬 감독 “생성형 AI 기술 적용, 영화 5일 만에 완성”
• McKinsey & Company(2024. 5. 50). The state of AI in early 2024: Gen AI adoption spikes and starts to generate value.
• Mila official page. https://mila.quebec/en
• The Core (2024. 8. 23). AI 스타트업 투자 열풍의 빛과 그림자
• SDF(2024. 8. 21). ‘AI 영상 제작기술, 어디까지 왔을까?’. SDF 다이어리 Ep.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