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는 통신사에서, Smart TV는 가전사에서?

[편집위원 글] IPTV는 통신사에서, Smart TV는 가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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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는 통신사에서, Smart TV는 가전사에서?

 

<그림 1 소니의 구글TV>

 

한동안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창 스마트폰 분위기 띄우기에 매진하던 언론 보도가 요사이는 어느덧 스마트TV 관련 기사들로 채워지고 있는 듯 보인다. 스마트TV는 지상파방송사에서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대상 중에 하나이기도 하며, 가전사에게는 추후 TV시장 경쟁의 중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최대 화두이기도 하다.

 

스마트TV에 대한 정의는 산업계에서조차 제각각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스마트폰처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설치하고 이용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방송프로그램이나 각종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TV처럼 생긴 물건이라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스마트TV가 이처럼 명확하지 않는 모습으로 실체 없이 표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직 어느 회사도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주의 깊게 봐야할 부분은 그 어떤 언론 보도를 검토해 보더라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마트TV의 획기적이거나 혁신적인 기능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나이롱 박수, 나이롱 참외, 컴퓨터 크리닝과 같은 한 때 유행하던 접두어로서 스마트라는 말이 붙어 있을 뿐 별다른 특징 없이 예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인터넷+TV’ 정도의 개념에서 크게 진보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해 주고 있는 셈인 것이다. 심지어 지난 9월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0에서 최초로 구글 TV 시제품을 공개한 소니는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하는 수준으로 자사 제품을 출품했다고 인터뷰했다.

 

실제 스마트폰 보급 확대의 선봉에 서 있는 아이폰의 대박 행진 밑거름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 중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이끌어내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은 풍부하고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편리하게 구입하고 설치할 수 있는 환경인 앱스토어다. 또한 다채로운 응용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한 이유에는 WiFi, 멀티터치, GPS, Gyro 등의 다양한 하드웨어 부품이 집적되어 있다는 측면도 크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성공 요인을 TV에 단순 대입 시킨다고 해서 TV가 스마트폰처럼 활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TV는 편안한 자세로 미디어를 소비하는 도구라는 인식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공고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실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은 다양한 콘텐츠 특히 볼만한 콘텐츠의 저렴한 제공이라는 것 정도만이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실제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부분을 중요하게 여겨 새로 출시될 애플TV에는 하드디스크를 없애고 렌탈 방식의 스트리밍을 도입하며 저렴한 가격에 많은 콘텐츠 사업자와 제휴하려 노력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애플 제품들끼리 애플TV를 중심으로 AirPlay가 가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 기능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2 새로 나올 애플TV를 시연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

 

 

그런데 사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선명한 HD화질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소비자들의 수준에 맞는 품질의 영상을 실시간과 온디맨드 형태로 제공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 높은 전송 비용을 치러가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낼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물리적인 멀티캐스트 장비를 통해 실시간 전송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있으며 자신들 소유의 망을 원가로 이용해 장사하는 국내 IPTV 3사도 기본 시청료 수입과 약간의 광고, 장비임대, 홈쇼핑 수수료 매출 등을 제외한 유료 채널로 인한 매출은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방통위가 이번 국감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IPTV 사업현황 자료에 나타난다.

 

결국 스마트TV는 가전사나 통신사가 아닌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 지상파방송사들이 방통융합시대의 생존 전략 측면에서 가용할 수 있는 아주 쓸 만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IPTV가 출현할 때에는 망(walled garden)을 갖지 못한 서러움과 현실을 핑계로 별다른 대응을 못했다 변명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열린 인터넷 망을 이용한 스마트TV 환경에서도 이렇다 할 적극적인 대응 없이 제3의 집단에게 선점당하여 대국민 접점을 늘리고 미디어 제공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그 어떤 말로도 변명이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시바삐 지상파4사들을 주축으로 하여 스마트TV 플랫폼 개발에 나서야 한다. IPTV에 했듯이 콘텐츠 저작권료 몇 푼 챙기고 끝내면 결국 지상파방송의 미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CP) 외에는 상상할 수 없게 된다. 우리의 콘텐츠를 우리의 플랫폼으로 배달해야 한다. 수많은 산꼭대기에 있는 저 송신탑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상파의 영향력이 현재와 같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스마트TV는 방통융합시대에 지상파방송국들이 자신의 영역을 통신으로 확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