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동조합,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나

[칼럼] MBC 노동조합,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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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을 위해 170일 넘게 투쟁해온 MBC 파업이 잠정 중단 수순을 밟았다. MBC 노동조합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진행된 조합원 총회에서 파업 잠정 중단 안건을 최종 통과 시켰으며 이에 18일 오후 9시부터 업무에 복귀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하지만 MBC 노조의 파업 잠정 중단을 두고 시민과 네티즌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정방송을 위한 MBC의 투쟁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8월 김재철 사장 퇴진설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내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길 부탁한 반면, 일부는 입에 올릴 수도 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글도 보았다. ‘좌빨들이 제대로 한 것도 없이 짜지기는…’이는 각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온라인 판 기사들을 취합해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 이 시점에서 우리는 노조와 사측,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들을 면밀히 분석해 일정정도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언론장악과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의 성과물을 지금 시점에서 성급하게 재단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현 시점이 공정방송 복원 투쟁기의 거대한 변곡점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KBS 노동조합의 파업 시작과 종료에도 있어왔던 일이고 현재 이어지는 YTN 파업의 궤와도 맥락을 함께한다.

살펴보자. MBC 노조는 170일 넘게 파업을 이어왔다. 그동안 이들은 공정방송 복원을 외치며 정부의 언론장악을 막기 위해 정말 충실히 싸워왔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해 싸워왔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거리 투쟁에 나서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내어 사측을 압박하고, 끊임없는 취재를 통해 김재철 사장의 비리를 밝혀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노숙도 하고, 서명전도 펼쳤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에는 절박함과 분노가 서려있었다. 여담이지만, <방송기술저널>에서 수신환경개선을 위한 방송사 사장단 모임을 취재하면서 오프라인 신문 1면에 다른 사장과 함께있는 김재철 사장을 올렸다가 MBC 구성원으로부터(노조 집행부도 아니었다) 항의아닌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노조원들은 사측의 불공정함에 분노하고, 치를 떨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사측의 모습을 보자. 많은 사람들이 가끔 놓치는 것 같은데, MBC 노조원들도 사람이고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며, 자식이자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다. 아무리 뉴스에 나오고 마이크를 잡고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고 해도 그들은 평범한 이 시대의 이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이들은 노조원의 올바른 주장을 묵살하는 것도 모자라 그들을 탄압하고, 징계하고 사회적 살인 수단인 해고의 칼춤을 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노조원들이 자신들의 임금을 올려달라고 주장하며 파업하는 것도 정당한 법인데, 공정방송 복원을 위한 투쟁에 무차별적인 칼날을 휘둘렀던 것이다. , 여기까지다. 사측이 보여준 행태는 딱 여기까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으며, 사측은 딱 이정도만 했다.

여기서 우리는 노사를 떠나 정치권을 비롯한 주변 환경적 요인도 따져보아야 한다. 우선 정치권을 보자. MBC 파업 초기 여당은 철저히 침묵했었다. MBC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방문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또한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만 봐도 알 수 있다. 파업 초기, 국정운영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던 정치권은 말 그대로 침묵에 침묵을 거듭했다. 여당도, 정부도 오로지 모르쇠였다. 심지어 방송통신위원회조차도.

하지만 이런 정치권의 모르쇠를 단박에 날려버릴 기회가 사실 딱 1번 있었다. 바로 4.11 총선. 당시 많은 이들은 이번 총선 결과를 예상하며 그 결과가 방송사 파업 문제에 있어서도 전향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기대는 여실히 무너졌다. 국민은 여당을 선택했고. 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자체가 냉정한 게임의 법칙이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도 없다. 비록 대부분의 국민들이 방송사 파업의 대의에 절대다수가 찬성한다고 해도 방송사 파업에 반대하는 여당에 표를 준 것은 팩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난 방송사 파업은 찬성하지만 다른 이유로 표를 준 것이다는 어설픈 항변은 필요없다. 안타깝게도 민주주의가 그렇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변곡점을 그리면서, 후반기에는 다시 일대 변혁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침묵 일변도의 정치권에서 긍정적인 목소리가 터지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박근혜 의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원구성 협의문에서도 그러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물론 확대해석은 금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사건 사고도 많고 일도 많았지만 사실 방송사 파업, MBC 파업의 팩트는 정말 간단히 요약하면 이정도다. 그렇다면 여기서 국민은? 국민은 변덕쟁이였다. 방송사 파업을 지지하며 그 대의에 힘을 보탰지만 총선에서는 등을 돌렸고, 서명운동 할 때는 다시 힘을 보탰다. 이것은 국민이라는 존재가 하나의 정책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집단이 아니기에 벌어진 일이겠지만, 더 나아가 이러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 노조는 물론 국민 스스로도 끊임없이 자문하고 자답하여 결론을 얻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지만.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의 대오는 이번 노조의 업무 복귀 결정으로 일단 투쟁의 깃발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종북의 색을 덧칠해 어떻게든 훼방을 놓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도, 진심으로 방송사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도, 이제 8월 김재철 사장 퇴진설의 현실화를 두고 힘겨루기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조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다. ‘잠정 중단’.

지금은 노조에 파업을 중단하면서 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느냐고 돌을 던질 때가 아니다. 노조 스스로가 현실도피에 빠져 그저 자기최면하는 것이 아니라면 170여 일간의 싸움을 일단 치하하자. 그리고 8월을 두 눈 크게 부릅뜨고 지켜보고 MBCKBS의 이사진 구성도 세세하게 관찰하자. 그리고 그때가 되어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다시 노조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돌을 던지자. 그때가 되면 명확할 것이다. 지금은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숨을 죽일때다. 노조든, 사측이든 정치권이든 국민이든. 물론 강제성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