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학 유감

[칼럼] 정치공학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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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공학(工學)은 영어 단어로 ‘Engineering’이다. ‘Engineering’과 천재적이란 의미를 가진 단어인 ‘Ingenious’의 어원은 영리한혹은 발명창안의뜻인 라틴어 ‘Ingenerare’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 영리하고 창의적인 생각들이 공학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Engineer는 영리하고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적인 면에서 보면 Engineer란 직업은 참으로 Fancy하지 않은가?

몇 년 전부터 정치권에서는 정치공학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언론의 논평에도 많이 등장하곤 한다. 여기서 그 뜻은 대의를 위한 큰 정치가 아니라 당리당략적이거나 지극히 이해타산적인 정치의 의미로 사용된다. 공학이란 단어를 극히 계산적이란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정치공학(政治工學)’이란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정치공학을 영어사전에서는 ‘Political Engineering’이 아니라 ‘Political Technology’로 표현하고 있다. 정치공학을 영어권에서는 정치기술(政治技術)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기술(Technology)이란 단어는 그 어원이 예술(Art)과 같다고 한다. 기예(Art), 기술(Craft) 및 기능(Skill)을 뜻하는 그리스어인 ‘Techne’와 학문을 뜻하는 ‘Logos’의 합성어가 ‘Technology’라고 한다. 즉 고대에는 기술과 예술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흔히들 뛰어난 최근 기술을 표현할 때 예술의 경지(State of the Art)’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정치공학을 영어로 ‘Political Technology’라고 번역하는데도 반대다. 그 뜻만으로 하면 예술적 경지의 정치가 될 수도 있다. 절대 절대로 반대.

이와 같이 창의적이고 예술의 경지에 쓰이던 단어를 대의를 위한 정치가 아닌 저열한 수준의 정치를 표현하는데 같이 사용되는 것을 결사 반대한다. 이전에는 이러한 표현이 잘 안 쓰이다가 요즈음 들어서 자주 쓰이는 원인은 정치가 더 혼탁해졌거나, 정치인 중에서 이공계 출신 비율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공학이 되었건 정치기술이 되었건 공학도 출신으로써 이 모든 단어의 정치적 사용을 금지해 주길 바란다. 인류의 발전에 절대적인 기여를 해온 공학이나 기술이 정치와 만나서 그 의미가 변질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당리당략적인 정치를 말할 때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정치꼼수란 표현이 어떨까?

박물관에 가보면 석기시대부터 발전을 거듭한 도구 하나하나가 모두인류 Engineering의 역사이다. 모든 도구는 공학을 통해 더욱 편리하고 기능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는가? 실학의 대가로 알고 있는 다산 정약용은 사실 뛰어난 공학자이기도 하였다. 우리가 찬양(?)해 마지않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뒤에는 뛰어난 Hardware Engineer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 잘 나간다는 우리나라의 S모 대기업도 탁월한 기술력을 가진 직원을 마스터로 선발하여 임원급의 처우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예는 전세계에 무궁무진하다. ‘지성이라면 축구선수 박지성과 연기자 지성밖에 없는 우리나라가 집단지성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Engineering이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의 먹거리인 수 많은 아이디어가 상품화되기 위해서는 공학이 접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면에서 방송사 Engineer들은 충분히 긍지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본다. UHD 방송기술 등의 분야에서는 현재 대한민국이 전세계에서 최고 선진국이다. 24시간 UHDTV 실험방송을 하고, 잊을 만 하면 가끔 3DTV 콘텐츠를 본방송을 통해 방송하는 나라가 전세계에 어디에 있는가? 전세계 4K 방송장비 시장에서는 대한민국 방송기술 엔지니어들이 요구하는 장비의 사양을 만족시키기가 힘들다고 하는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언어는 습관이다. 퇴행적인 정치에 공학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방송사부터라도 근절하였으면 한다. 지금 정치 선진국 중에서 공학을 우습게 여기는 나라가 있으면 제보해 주시기 바란다. 정치인들이나 언론인들은 인류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공학과 기술을 한번 더 생각(Think)해 주기 바란다. 우연하게도 생각(Think)과 감사(Thank)는 그 어원이 같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