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맡겨야한다

[칼럼] 전문가에게 맡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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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거장 오손 조지 웰스(George Orson Welles, 1915. 5. 6~1985. 10. 10)가 만든 <시민 케인>이라는 영화가 있다. 비록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에는 큰 빛을 보지 못했으나 현대에 이르러 비평가들이 꼽는 역대 최고의 영화 ‘베스트 3’안에 반드시 포함되는 명작중의 명작이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시민 케인>이라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고도화. 즉 시대를 뛰어 넘은 ‘long take’ 및 ‘deep focus’ 영상 촬영 기법과 그에 따른 전문화되고 세련된 영화문법 때문이다. 물론 아이러니한 점은 바로 이러한 ‘시대를 앞서간 부분’ 때문에 당시 오손 조지 웰스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전문화’ 및 ‘고도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각종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고 이제는 눈이 침침한 어르신들도 왠만하면 스마트폰 들고 말 그대로 ‘스마트한’ 세상을 영위한다. <시민 케인>의 오손 조지 웰스처럼 시대의 선구자가 당시에는 비운으로 남아 처절한 삶을 살다가 후대에 이르러 빛을 보게되는 상황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시대는 그에 맞추어 그에 당위성이 풍부한 ‘시대의 진보’를 삼켜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의한 정보통신공사업법 일부 개정안 소식이 눈에 들어온다. 기술이 발전하고 있음을 시대가 따라잡으려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관련 개정안의 배경은 이렇다. 현행 정보통신공사업법에서는 정보통신공사업자가 건축물 내 정보통신시설 설계 및 감리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개정하여 정보통신설비를 정보통신’전문가’들이 직접 설계와 감리를 할 수 있게 법을 바꾼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지금 까지 건축물 내의 정보통신 시설을 설계하거나 감리하는 것은 순전히 정보통신 분야 ‘비전문가’인 건축가들이 주도하며 하청 형식으로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형태였지만, 이제 ‘정보통신 전문가’들이 직접 건축물 내의 정보통신 시설을 설계하고 감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은 건축의 전반적인 틀을 짜고 인간의 ‘주거 라이프 스타일 패러다임’만 제시하는 건축가들에게는 맞지 않는 ‘옷’과도 같은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 그 자체만으로도 풍부한 전문성과 세밀한 주의력을 필요로 하는 말 그대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LTE로 대표되는 통신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수많은 미디어 및 데이터 관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경쟁력이 달라지는 시대를 맞은 만큼 방통위가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미래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축인 정보통신 기술과 인간의 만남을 더욱 극적으로 성사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건축물은 단순히 인간이 살거나 일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정보통신 기술의 집약체로서 해당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의 손길이 더욱 필요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어찌보면 이번 개정안은 <시민 케인>을 세상에 내놓았던 조지 오손 웰스와 닮아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는 것도 명확하다. 시대는 기술의 진보에 맞추어 성장하고 있으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오손 웰스보다 더욱 강렬하고 자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