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안철수, 문재인에게 묻다

[칼럼] 박근혜와 안철수, 문재인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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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IT 강국이다. 뉴테크놀로지로 대표되는 세계의 기술 흐름을 선도하며 두 손과 하나의 머리를 활용한 번득이는 재기로 모든 영역의 기술을 석권해나가고 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사람들의 뛰어난 ‘기술’의 원천을 연구하기 위해 외국 학자들이 ‘젓가락 문화’까지 샅샅히 살피겠는가.

하지만 희한하게도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기술’을 천시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그렇다. 이 땅에 성리학이라는 학문이 완전히 변질되어 잘못 자리를 잡는 순간(많은 이들이 착각하는데, 성리학은 동양의 그 어떤 학문보다 실용적이었다. 처음에는 말이다.) 기술을 이용해 벌이를 하는 사람들을 천시했으며 실학이나 북학등도 모두 소용없는 학문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러한 면면은 지금까지 내려와 많은 사람들의 내면에 끈질기게 흐르고있다.

그러나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기술’에 대해서는 다른 민족보다 원래 일가견이 있는 것이 우리 한민족이다. 기능 올림픽 메달수를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이 좁은 땅에 이렇게 다양한 기술의 향연을 펼치며 세계 무대를 평정해나가는 민족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의식적 잣대는 이러한 잠재된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는것 같다. 기술 천시. 기술 무시. 이러한 패러다임은 급격한 산업화 시기를 겪으며 오히려 더욱 공고하게 굳어져갔으며 오늘도 우리의 의식 대부분을 장악하는 딱딱한 ‘벽’으로 남았다.

이즈음에서 반문할 것이다.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아무리 기술을 천시하고 ‘공돌이’로 명명되는 ‘무식한 기술인’이라는 멍에가 있다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니라고? 좋다. 그러면 공정한 가치판단을 위해 ‘거울’을 통해 한번 살펴보겠다. 이도저도 판단이 안 설때는 그냥 냉정하게 그 현안을 해맑은 거울에 비추어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럼 그 거울은 무엇이 좋을까? 진학율? 직업 비율? 미리 말해두는데 이런것을 거울로 삼았다가는 기술인들의 마음만 더 절망으로 가득차므로 많은 이들이 합리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거울을 한번 써보겠다. ‘정치’다.

정치는 사회의 거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정치적 비율은 사회의 비율을 반영하기도 한다. 특정 나라의 특정 정치 구성원이 말 그대로 정치인으로 구성된 곳이라면 그 나라는 정치적인 나라이며, 사회단체나 기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정치비율로 높은 구성원을 자랑한다면 다양한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그렇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여 사회의 의견도출을 만들어 내는 곳. 그래서 국회도 보면 비례대표라는 훌륭한 제도가 있지 않은가. ‘프로 정치인’ 외에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국정운영에 포함시켜 더 많은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 내는것. 그래서 정치는 사회의 거울이다.

자, 일단 국회부터 보자. 국회 구성원 면면을 살펴보면 어떤 결론을 내릴수 있을까. 여기서 이공계 비율로 따져보면 안타깝게도 9%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구성장 동력이자 신성장 동력인 ‘기술’에 정치가 9%만큼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물론 다른 분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먹고 사는 중요한 동력에 9%의 관심을 둔다라. 자원도 없고 사람수도 적은 이 나라에서 믿을것은 기술뿐인데(물론 이견은 있겠지만) 그 기술에 관심을 둔 사람이 9%밖에 안된다는것은 슬픈 일임에 분명하다. 심지어 이 9%도 면밀히 살펴보면 진짜 이공계 인사는 더 적다. 대학교만 공과대를 나오고 정치에 뛰어들어도 그는 일단 이공계 인사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게 더 서글프다.

그렇다면 이 씁슬한 마음을 접어두고 대선주자들을 보자. 요즘 ‘핫’한 이슈니까 이들의 공약이나 인물 면면을 살펴봐도 어느정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데 상당히 반가운 소식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권의 유력주자인 박근혜 의원이 이공계. 그리고 요즘 핵폰탄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철수 원장도 이공계가 아닌가!

박근혜 의원은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국회의 9% 이공계 의원으로도 분류가 되는 인사다. 지금 이 시간에 이공계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정도로 기분좋은 일이 있을까. 하지만 낙관은 석양처럼 금세 사그라드는것이 운명이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의원은 이공계 인사로 분류되지만 사실 대중에게는 그냥 ‘정치인’이다. 대학 외에는 뚜렷한 이공계열 자취를 보여준적이 없다. 훌륭한 정치인이자 존경받는 지도층 인사이지만 이공계열에 대해서는 깊은 족적을 남긴적이 없다. 물른 그렇다고 박 의원의 정치적 역량이 부정되는것은 아니지만. 거듭 말하지만 박 의원은 훌륭한 정치인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안철수 원장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의사 출신이지만 너무나 유명한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한 인물이 아닌가! 게다가 그는 대한민국의 IT 혁명을 선도하는 대단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안철수 원장의 책. 일각에서는 대선 출마 선언문이라고 부르는 그 책을 정말 기쁘게 구입을 했다. 그리고 하루만에 독파해버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안철수의 생각’에는 이공계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일단 책 그 자체에는.  이공계열 종사자들은 아마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어느 인디밴드를 열렬히 좋아하며 따라다니는 팬이 있다. 그런데 인디밴드가 인기 없을때는 밴드와 팬이 서로 가깝게 소통하고 서로 챙겨주기도 했는데, 갑자기 인디밴드가 인기를 얻고 다른 수많은 대중적인 팬들에게 인기를 끌자 원래 있던 팬은 씁쓸해하는…

   
 
   
 

이즈음되면 인정해야 할 듯 하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이공계에 그리 큰 관심이 없다고. 정치 혁명과 사법개혁, 민생안정을 외치지만 이공계에는 큰 열망이 없다고 말이다. 물론 이공계만 특별 대우를 해달라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꾸준한 성장의 발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정도의 ‘관심’은 필요한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기에는 국회의 9%도, 유력 대선주자들의 이공계 불감증도 너무 슬프다.

   
 

하지만 동시에 희망도 본다. 보라. 유력 대선주자들도 비록 이공계에 관심은 없지만 어느정도 이공계의 분야에 한 발을 담구고 있지 않은가. 박근혜 의원도 그렇고 안철수 원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안그런 분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은 어느정도 이공계에 어느정도 한다리 걸치고 있다. 황망한 기대일수도 있지만 일단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대선 주자들이 대선 주자여서 이공계에 발을 담구고 있다기 보다는 아마 대한민국을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이런 이공계 경력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것이라 판단된다. 앞에서 언급했다싶히 대한민국은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쳤으며, 그 시대를 살아온 많은 이들의 인생에는 이공계의 텁텁한 쇳가루 냄새가 묻어날 수 밖에 없다.

‘기술’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룩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가치판단이다. 하지만 지금 사회의 거울이라 불리는 정치에서 이공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어도 너무 적다. 이공계를 완벽히 우대하는것도 나쁜 일이지만 최소한 이공계가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비중을 인정하고 더욱 육성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전향적인 부분들은 정치 공약이나 국회의원 비율에서도 어느정도 ‘꿈틀’대야 하지 않을까. 방송 분야만 봐도 기자나 PD 출신 정치인은 많지만 방송기술인 출신 정치인은 거의 없다. 특권을 바란다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목소리는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당내 경선에 뛰어든 민주통합당의 김영환 의원이 눈에 들어온다. 비록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출마선언을 한 그의 모습은 이공계 인사의 전형이라고 볼수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의원은 정치개혁, 과학기술부 부활 등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지원 확대, 학교도서관 활성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한 내 북한공단 조성, 중소기업부 신설, 문화사업 육성,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선행형 복지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우리는 12월에 치루어지는 대선의 성격을 더욱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재벌개혁 중요하고 민생안전 너무나 필요하다. 경제를 살려야 하고 인권이 보장되는 훌륭한 사회가 되기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 중에 ‘대한민국 기술발전’이라는 공약이 더 세세하게 추가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대선주자들이 이런 부분을 더욱 신경써서 균형있는 정책적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지고 더욱 부유해질 기회를 얻을 것이다. 아마 전국의 기술인들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며 12월에 행사되는 시민의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때가 바로 지금 아닐까. 박근혜 의원도, 안철수 원장도, 문재인 고문도..그리고 다른 대선 주자들에게 이공계에 관심 1그램만 달라고 부탁해 본다. 모두 훌륭한 정치인이지만, 더 훌륭해지시는 방법이 있다고 살살 꼬득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