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기술국 정원석

[인터뷰] MBC 라디오 기술국 정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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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공간을 짓는 엔지니어

 

 



입사 8년차, 그는 주조정실·녹음스튜디오·마이로스 시스템 팀을 거쳐 라디오 스튜디오로 배치됐다.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건 좀처럼 힘들다’는 선배님의 말씀을 늘 가슴에 담고, 늘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나는 그저 선배들을 흉내 낼 뿐이니 아직 멀었다’며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는 그. 이번 호에서는 MBC 오디오 드라마 ‘고전열전’의 음향감독 정원석 님을 만나본다.

 


– 오디오 드라마를 하게 되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시는 김승월PD께서 “이 프로그램만 전담하는 엔지니어를 두고 호흡을 맞췄으면 좋겠다”는 특별한 주문을 하셨는데 저희 박규소 차장님께서 추천해주신 덕에 편성 3주차부터 프로그램에 투입됐어요. 무엇보다 중간에 합류해서 부담이 컸어요. 이미 작업해오던 분들과의 팀워크를 무너뜨리지 않아야 하니까요.

 


– 고전열전은 이렇게 제작된다

 

기술에게는 큐시트가 편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큐시트 대신 대본에 대사, 효과, 오디오, 코드 등 모든 것이 기록돼있어요. 모든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같이 대본을 체크해가면서 녹음을 진행하죠. 음악과 녹음된 효과 이외의 소리는 스튜디오 안에서 다 만들어져요. 스튜디오 안에 효과음 제작을 위한 소품들이 다 준비돼있거든요. 출연자들을 위한 마이크는 동시에 3대를 사용하는데, 남자와 여자처럼 톤이 판이하게 다른 분들끼리 마이크를 묶고 전화통화음, 확성기음처럼 효과를 입혀야하는 목소리에 따로 마이크를 배치하는 식이죠.

 


–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작업

 

매주 수요일에 세 시간 정도 작업해서 6일분을 완편해요. 저는 매번 한 시간 반 정도 먼저 나와서 대본도 읽어보고, 마이크 세팅, 공간음·효과·음향 테스트를 해두죠. 하지만 녹음 후에 들어보면 허전한 느낌이 들거나 공간감·효과감이 부족해서 재미가 없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리허설도 거치고 성우 분들이 최고의 연기를 하시는데도 모자란 부분이 눈에 띄게 되면, PD께서 효과나 음향하시는 분들과 많은 의논을 하신 다음에 후반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 청취자들의 반응을 느끼시나요?

 

다른 분들에게 전해 들으니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하네요. 여기저기서 취재도 많이 온다고 하고, PD나 성우 분들도 많이 홍보가 된다고 좋아하세요. 삼국지라고 하면 분위기가 무거울 것 같지만 성우 분들이 워낙 재밌게 연기하시는 데다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도록 현대적인 감각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통쾌한 세태풍자까지 섞여서 인기가 있나봅니다.

 


– 공간감이 고전열전의 핵심이다

 

TV는 화면이 주어지면 거기 맞춰 생각하게 되잖아요. 라디오는 상상을 하게 도움을 주고 듣는 이들로 하여금 각자의 경험에 비춰 각자 다른 공간과 상황을 상상하게 만드는 매체죠. 같은 의미로 PD님과 차장님도 ‘공간감’을 가장 강조하셨어요. 궁궐, 시장, 화장실처럼 대본에서는 배경이 전환되는데 모든 장면이 똑같은 소리로 들린다면 청취자는 공간전환도 느끼지 못하고 재미도 없게 되잖아요. 특히 고전이다 보니 공간감을 줄 때에도 차량소리, 경적소리 같은 현대소음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적절한 공간을 창출해주기 위한 고민이 많아요.

 


– 첫 녹음의 날카로운 추억, 그리고…

 

성우분들은 연기를 하시니 자기 캐릭터를 충분히 살리고 싶은 욕심이 있으시고, PD께서는 준비한 음향과 효과를 원하는 만큼 강조하시려다보니 제 첫 녹음분은 제가 듣기에도 음압 레벨이 번번이 한계치를 오갔죠. 사실 녹음한지 3주째인 지금도 코드주고 효과주고 레벨 체크하는 것까지 한꺼번에 하다보면 정신이 없어요. 아직 하나하나 할 때마다 정말 긴장하고, 매번 할 때마다 조금씩 더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