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융합전문가를 양성하자

[사설]방통융합전문가를 양성하자

608

본격화된 방통융합시대에 방송사에는 진짜 방통융합 전문가가 없다. 방송환경이 아날로그 에서 디지털 시대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총체적으로 엮어 낼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지상파방송사들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외부의 전문가들을 채용하는 등 IT관련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영입해 왔지만, 해당분야에 국한된 전문가일 뿐이었다. 방송 메카니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왔지만, 그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각 방송사의 방송기술 전문가들도 디지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충실히 습득해 왔고, 현장 실무에도 적용하여 고품질의 프로그램 제작에도 크게 기여해왔다. 디지털 기술만으로 가능한 다양한 화면 연출이나 후반 작업으로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고난이도 Effect까지 쉽게 구현할 정도로 전문기술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아직도 디지털 방송장비 첨단 기능을 활용한 응용기술을 최대한 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에 한해 높은 수준의 기술을 연마하면서 새로운 기능까지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체 방송기술 인력 차원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제작에서부터 송신업무까지 전체 과정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력 모두가 디지털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고,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품질 개선에 동참할 필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외부에서 영입한 IT전문가들은 통신기술을 방송에 접목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통신에 접목시킨 방송 서비스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어 상당부분 성과를 이루어 냈다. 방송망만으로는 할 수 없었던 Interactive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개발은 방송서비스의 진화를 재촉하면서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이라는 기회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방송기술 전문가들이 방통융합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적응해 나가고 있는 반면에 방통융합정책전문가의 양성은 상당히 부진한 상황이다. 방송기술과 IT기술 전문가들이 환경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해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 반면에 지상파방송의 장점을 살려 다매체라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융합정책전문가가 태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통신의 방송진출을 기점으로 상업화된 방송서비스가 봇물이 터져 넘치고 있음에도 지상파방송의 사회 공공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서비스 개발과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를 총체적으로 엮어낼 전문가가 아직은 어느 방송사에도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필요한 방통융합정책전문가는 디지털 방송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방송기술 발전의 미래를 예측하면서 지상파방송이란 매체의 자리매김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많다. 하지만 그 전문가들의 입지가 공고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회사 조직 내에선 개인의 출세와 입지 구축이라는 이유 때문에 하나의 전문 분야에 지속적으로 매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 때문에 진정한 전문가 양성이나 유지가 어렵다. 방통융합이라는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진짜 전문가를 양성하고, 그에 맞게 대우해 주는 체제를 갖춰나가야 한다. 조직 내에서의 승진이나 보수에 얽매이지 않고 해당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지금 확보하고 있는 소수의 전문가에 대한 대우부터 우선적으로 개선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