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의 불법과 위법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사설]방송법의 불법과 위법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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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방송법 시행령을 두고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작년 국회가 수차례 파행을 겪으면서 처리했던 언론악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의결과정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판결했지만, 국회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석연 법제처장도 국회의 대리투표, 재투표 등으로 날치기 처리 된 미디어법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행령 심의를 미루어 오다가 방송법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하위법을 만드는 것이 법제처의 책임이라는 억지 논리로 내세워 결국 국무회의 통과라는 수순을 밟게 되었다. 법제처장은 스스로가 인정했던 미디어법의 위법성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하위법 제정을 통해 적법하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었다.

민주당이 언론악법에 대한 ‘헌재 결정 부작위에 의한 권한쟁의 심판’를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만 있다. 방통위는 이번 시행령 제정에 이어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을 위한 미디어다양성위원회 구성과 사업자 선정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인데, 그 결과도 결국엔 위법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되었다. 또, 종편 사업자 선정에 바탕이 되는 여론독과점 지수를 결정하게 될 미디어다양성위원회의 구성도 독립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독립기구가 아닌 방통위 자문기구라는 위상으로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방통위 내부에서 조차 혼란을 빚고 있다고 한다.

방송법 개정에서 이뤄진 탈법성은 잇따른 후속조치들로 이어지며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방송법 개정에서 시작된 언론노조의 수차례에 걸친 파업, 시행령 개정에서 빚어진 경찰에 의한 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의 기자회견 방해와 방송차량 견인, 편향적인 미디어다양성위원회 구성방안 추진 등이 그것이다. 정부가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악착같이 밀어붙이고 있는 지를 점점 더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위법성 때문에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는 언론악법의 위법적 추진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필요성이 인정되어 왔던 KBS 수신료 인상안도 새롭게 출범할 종편채널을 지원하게 될 것이란 연결성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쟁력 회복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인 광고제 또한 극단적인 비대칭 규제로 인해 지상파 방송사의 재정은 더욱 열악하게 될 전망이다. 결국 종편 채널에 대한 편향적인 지원이 방송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매체력의 분산에 따른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 뻔 한다. 또 여론의 다양성 확보를 종편 출범의 이유로 내세운 것과는 달리 개정 방송법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언론이나 지방 언론의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종편광고에 대한 규제 완화로 인한 종편으로의 집중현상은 광고총량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 언론이 갖고 있던 광고마저도 휩쓸어 가게 될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10대 종합일간지의 비율이 약 3배가 급증한 22%로 급증한데 반해 지역일간지는 3.5%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문화부가 지원하던 지역신문기금도 매년 200억원 이상에서 2009년에는 41억원이 삭감돼 현재 지역 언론은 고사 직전에 처해 있다.

거대 기업과 신문사에 편향된 정부 정책이 관련 법률의 제정에서부터 그 후속 조치들까지 모두 비상식적으로 진행되면서 언론 환경 전체를 피폐시키고 있다. 정부의 편향된 의도가 불러온 불법과 위법의 반복, 이 같은 언론환경 왜곡은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커다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정당성과 객관성을 가지지 못한 정책은 정부가 바뀌게 되면 새로운 소용돌이를 몰고 온다. 이는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충분히 경험했다. 현재의 언론 정책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성 정부정책은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위법성을 가진 개정된 방송법부터 바로잡아 나가는 작업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