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매체,경쟁력 상실로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사설]방송매체,경쟁력 상실로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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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매체,경쟁력 상실로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를 제외한 모든 언론사와 기업들이 때 아닌 소동을 겪고 있다고 한다. 날치기로 통과된 언론악법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에 대한 위법성여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편성 채널 진출을 두고 신문사와 일반 기업들 간에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미디어법 개정을 방송시장의 발전과 언론의 다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한 관계자는 종합편성 채널은 2개, 보도 채널은 1∼2개를 도입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아직은 얼마나 많은 채널을 진입시킬지 그 속내는 잘 모르고 있다.

정부는 신문사와 재벌이 방송에 진출하는 것은 여론다양성을 확보하고 콘텐츠의 양과 질적 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과연 그럴까? 대부분의 방송현업인, 언론학자 등 관계자들의 답변은 바로 “NO"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방송채널은 지상파 방송 5개 채널을 비롯해 CATV, 위성방송, IPTV을 통한 수백 개가 있다. 이 많은 채널에서 방송되는 콘텐츠를 보면 대부분이 지상파방송의 콘텐츠를 불법으로 반복해서 방송하고 있다. CATV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었지만 자체 제작 콘텐츠는 전무한 상태이다. 방송할 채널이 없어서도 아니고,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서도 아니다. 적은 비용을 투자해 수익만을 쫒아 온 결과이다. 종합편성 채널이 늘어나면 콘텐츠의 질이 향상될까? 지금 상황을 고려하고 미래를 예측해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콘텐츠의 품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대규모 프로그램 제작비, PD를 비롯한 방송기술 엔지니어 등 노하우가 축적된 우수한 인력, 다양한 기법을 구사할 수 있는 제작시설 등이 있어야 한다. 또한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는 유통망(방송망),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 및 광고시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이미 유통망은 넘치고 있지만, 공익방송을 지향하는 지상파방송마저도 광고시장 정체로 제작비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콘텐츠를 수용할 시청자를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매체의 다양화와 정보화기기의 확산으로 방송매체 수용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수출주도형 산업기반인 기업들의 방송매체를 통한 광고도 정점에 서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제작비 확보에 근본적인 한계성을 가지게 된다.

 

방송매체와 채널 다양화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방송광고가 기존매체와 신규매체들로 재배분 될 경우 기존방송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신규방송들은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제작도 해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상파방송에서 방송되는 수 백개의 프로그램에서 수익을 내는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될까? 10%도 안되는 프로그램만이 수익을 내서 나머지 프로그램 제작에 수익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체 다양화와 경쟁력 촉진으로 광고시장이 늘어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 광고시장의 특성을 철저히 간과한 결과다. 광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내광고를 확대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어 이미지 광고에 치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시장이 대폭 늘어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수익성만 쫓게 될 종합편성 채널이 이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청률 경쟁에 치중하게 될 것이고 시청률에 매몰된 저질 프로그램들이 판치게 된다. 따라서 기존 지상파방송마저도 시청률 경쟁에 매몰되어 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채널 다양화는 기존방송과 신규방송 모두를 사지로 몰고 갈 것이 뻔한 상황임에도 별의별 이유를 다 들어서 밀어붙이고 있다. 근래에 듣자하니 방송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신문사들이 대기업들에게 지분 참여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지분 참여에 적극적인 기업도 있지만 극히 소수일 뿐 대부분의 기업들은 난감해하고 있다고 한다. 수익성을 최 우선시하는 기업들은 전망이 없는 방송진출을 극히 꺼리고 있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신문사들의 노골적인 압박 때문에 진퇴양난의 처지에서 냉가슴만 앓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출범한 IPTV 사업자인 통신업체도 같은 처지다. 갓 출범한 매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신도 못 차리는 상황에서 경쟁매체에 투자하라는 신문사들의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해 속앓이만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실을 도외시한 채널 다양화는 기존 방송사의 경쟁력마저도 무너뜨릴 위험천만한 상황을 몰고 올 것이다. 수익성이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약삭빠른 기업들도 꺼리고 있는 방송진출을 일부 정치 세력과 지금의 왜곡된 여론독점을 과점하고 있는 신문사들의 과욕으로 대한민국의 방송매체는 여론다양성과 콘텐츠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한 채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