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희망이다

[사설]국민들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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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희망이다

요즘 바깥바람이 무척 차갑다. 삼한사온의 자연법칙은 간데없고, 동토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잠시 쉬어갈 여유조차 없이 매서운 찬바람만 불고 있다. 하지만 한겨울의 모진 바람과 눈보라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봄이 되면 산천에 새싹이 돋아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새로운 희망과 활력이 생기는 것도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 사회의 순리이요, 자연스러운 기대이다. 지나간 세월보다 더 나은 세상을, 지나간 정책보다 더 나은 정책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긍정의 희망 때문에 주기적으로 조직과 책임자를 바꾸어 나간다.
우리의 정치권을 들여다보자. 과연 이들이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고 있는가? 지난 연초에 대통령이 바뀌었다. 국민 다수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국민 모두가 희망을 걸었다. 모두가 이젠 좋은 세상이 올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어려운 경제가 활짝 만개할 것이라고 기대했고, 지난 10년간 민주당 정부의 무능(?) 때문에 고통 받았다고 생각했던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거대여당을 탄생시켰다. 10년 집권 세력은 한순간에 쪼그라들어 정부 여당을 제어할 수 없는 소수 세력으로 몰락하였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신물이 났던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라고 했다. 이젠 더 이상 무능한 정권은 없고, 경제 살리기 전문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여당의 사람과 조직이 바뀐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들이 약속한대로 우리 국민들이 정말 행복해졌는지? 경제가 활성화되고, 서민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는지? 묻고 싶다. 근래 30년 동안 이렇게 국민이 무시당하고 고통 받는 세월은 없지 않았나 싶다. 작년에 미국산 소 수입을 위한 협상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전 국민이 분노하여 분출했던 에너지도, 최고책임자의 깊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깊은 상처만 남긴 채 수면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촛불집회의 배후자에 대한 끝없는 추적과 법적조치,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거리로 나섰던 유모차 어머니들에 대한 어이없는 법적 징계절차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정부, 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국민들은 이젠 냉소를 보내고 있다. 가장 큰 지지기반이었던 지역 사람들도 이젠 아예 손사래를 치고 있다. 차마 험한 말은 뱉지 못하고 냉가슴만 앓고 있다. 후회막급이란다.
현 정권이 그동안 집권을 하지 못하고, 정부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를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래서 언론을 개혁하겠다고 한다. 정부정책을 널리 홍보하고 독려해서 국민들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다. 비판적이었던 지상파 방송사의 정체성을 아예 바꿔버리겠다고 한다. 그래서 7개의 언론관련법 개정을 BH와 한나라당, 정부는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참에 비판적인 언론은 모두 정리해서 친 정부 언론으로 만들어 정부정책 추진에 걸림돌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시끄럽고 걸리적거리는 것들이 없어야만 마음껏 정책을 펼 수 있다고 한다. 또 국민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다수 국민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그들만의 생각만으로 이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다수의 우매한 국민은 잘못되었고, 많이 배우고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소수 전문가들이 대중의 판단을 앞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힘이 없다.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은 정당이기 때문이다. 이제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았던 현 집권 여당에 등을 돌린 국민들은 갈 곳이 없다. 그렇게 믿었던 여당마저 국민을 외면하고 있는 이 상황이 우리 국민들을 더 외롭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희망의 불씨를 새로 지피고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 모여 촛불을 들고 있다.
이번 언론장악 7대 악법 날치기 통과 시도를 계기로 정치권은 더 분열되고 대립하는 양상으로 치닿는 형국이다. 국회의사당이 야당에 의해 점령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누구의 잘못인가? 우리 국민 모두의 잘못이다. 국민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신물나게 했던 과거 집권 세력이었던 민주당, 국민을 잘 살게 하겠다고 그렇게도 다짐했지만 다수의 국민을 외면하고 있는 후안무치하고 몰염치한 현 집권 세력인 한나라당을 선택한 우리 국민들의 잘못이다. 이번에 각 정당의 정체성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최고 권력자의 그늘에서 제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일부 주동세력이 다수의 의사로 가장함으로써 다수는 분노를 축적하고 있고, 절대 소수이라고 자책하던 민주당은 오랜만에 의기투합하여 당력을 결집할 수 있음을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다른 소수 야당들과의 연대의 힘 또한 절감했을 것이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합리적이고 적절한 제어가 가능할 것 같다.
국민을 외면하는 자들을 우리 국민들이 크게 꾸짖을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