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DTV방송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사설] 지상파 3DTV방송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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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방송계는 과히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3D에 열광하고 있고, 관련업계 역시 뜨거운 관심을 보이면서 치열한 도전을 벌이고 있다. 3D 영화 ‘아바타’가 몰고 온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수신기 시장의 판도변화를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제작장비와 후반작업에 필요한 각종 솔루션으로 무장한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등 방송 산업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년 이맘 때만해도 3D에 대한 관심도는 아주 미미했었다. KOBA를 비롯한 각종 전시회에서 간헐적으로 3D장비 전시와 실사상영, 이론 강의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방송 관계자들은 먼 미래의 일로 치부했었다. 작년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했던 차세대 방송기획위원회도 ‘디지털전환 완료 후 차세대방송으로서 진화하면서 실감형방송 시장은 3D, 자유시점방송 등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다가 UHDTV 본 방송이 시작되면서 개화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처럼 3D산업이 조기에 활성화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었다. 다행히 방통위는 세계적인 동향에 예의주시하면서 3D에 대한 준비를 해왔고, 작년 하반기에는 3D 콘텐츠의 발전과 3D 방송 확산을 위한 개략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2010년에는 케이블TV, 2011년에는 위성방송, 2012년에는 지상파방송으로 3D를 실험방송하며, 3D 방송 연구개발(R&D)도 단계별 국책과제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3D 실험방송은 계획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됐다. 이미 위성방송이 3D 실험방송을 하고 있고, 지상파도 실험방송을 계획하고 있으며, CATV도 가세할 태세다. 국내 가전업계도 다양한 종류의 3D 수신기를 개발하며 해외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방송계 전 분야에서 3D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3DTV가 성공할 수 있는 지 그 여건을 살펴보자. 국내의 관련업계들은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축척하고 있지만, 성공의 핵심 요소인 콘텐츠는 전무한 상황이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3D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2D 콘텐츠의 3D전환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이젠 상당한 양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 둔 상태다. 하지만 국내 상황을 보면 영화 산업계조차 대규모 제작비 때문에 아직까지 3D 콘텐츠를 제작하지 못하고 있고, 지상파방송 역시 디지털전환이라는 대형 국책사업에 매달리면서 3D 방송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콘텐츠 제작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방송사의 더 큰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현재 KBS가 추진하고 있는 K-View플랜의 일부 내용은 수 년 전에 지상파방송사가 공동으로 추진했던 MMS의 개념과 같다. 지상파방송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방안으로 도입하고자 했던 다채널 서비스는 6㎒라는 한정된 대역폭 안에서 이루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로는 3DTV를 위한 별도의 채널이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현재 지상파방송사가 사용하고 있는 채널 안에서는 MMS와 3DTV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양자 선택을 하든지 아니면 별도의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설령 별도의 채널을 확보하더라도 대규모 투자를 수반해야만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3DTV는 제작에서부터 송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설들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고, 콘텐츠도 처음부터 새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압축기술이 발전해 하나의 채널 안에서 MMS와 3DTV를 동시에 서비스한다고 하더라도 송신시스템 교체, 3DTV 관련 비용 때문에 투자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은 무작정 3D 열풍에 휩싸이기보다는 지상파방송의 사회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3D 트렌드에 합류해 관련 산업의 대외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마련에 깊이 고민해야할 시기다. 이와 함께 각 방송사 연구소는 개별적인 연구 진행이 아니라 국내 여러 3D 연구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전송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의 노력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