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특혜 중심에 ‘방통위’가 있다

[사설] 종편특혜 중심에 ‘방통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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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제국

최근 세계 미디어의 최강자이자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권력을 가진 대표적인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각종 불법행위로 인해 당국의 직접 수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굴욕적인 증언을 하고 돌발상황으로 인한 모욕까지 당하는 등 갖은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머독의 청문회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세계 미디어 전반을 좌지우지하던 루퍼트 머독에 대해 여느 때보다 강한 비난을 쏟아내었다.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언론·시민단체들은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한 머독 언론의 폐해를 조사하고 머독 소유 지상파 방송에 대한 방송 허가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미디어 기업의 비대화와 언론 권력의 집중화는 여론 다양성을 약화시키는 만큼 방송 산업의 소유 겸영 규제 완화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방통위가 방송 산업에 대한 소유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사실과 맞물려 2011년, 종편 사업자 정식 방송을 앞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통위, 종편에 놀아나려는가

이제 국내사정을 보자.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방통위의 종편특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종편이 왜 생겨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차치하고서라도 방통위는 아예 대놓고 종편을 온실 속 화초로 곱게 키우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 술 더 떠 방통위가 종편 사업자에 휘둘리는듯한 인상을 주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5월 6일, 방통위는 ‘매일방송의 종편PP 승인장 교부신청’을 의결했다. 당시 매일방송은 ‘오는 9월 30일 보도채널(MBN)을 폐업하고 10월 1일부터 종편을 시작하겠다’는 승인장 교부신청서를 제출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매일방송은 보도채널 폐업일을 12월 31일로 연기해줄 것을 다시 요청했고 방통위는 너무나 쉽게 이를 승인했다. 뭔가 냄새가 난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가장 공명정대해야 할 방통위가 종편 사업자에게 휘둘리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통위의 해명이 더 가관이다. ‘폐업 일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사업자가 두 개(종편, 보도) 채널을 동시 소유하지 않게 하는 게 정책목표’라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애초 종편 사업자 선정 당시 더 엄격한 기준을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이번 결정으로 매일방송이 기존 MBN이 사용하던 채널을 그대로 승계하려는 시도가 힘을 받은 것은 물론 종편 사업자가 승인 이후 3개월 내에 출현해야 하는 100억 원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연기할 수 있었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지만 매일방송 입장에는 최고의 노림수가 된 셈이고 방통위는 고개만 끄덕이는 예스맨(YES-MAN)으로 전락했다는 오해가 충분하다.

 

2011년, 세계와 반대로 가는 대한민국 미디어 정책

지금 세계는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제국 몰락과 더불어 민영 언론 권력의 지나친 집중을 피하고 그 어느 때보다 방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대한민국은 뚜렷한 논조를 가지고 자신들의 의견만 내세울 것이 뻔한 신문 사업자들에게 방송의 문을 열어준 것도 모자라 아예 특혜까지 몰아주고 있다. 거기에다 휘둘린다는 오해까지 받으면 방통위는 도대체 어떤 해명을 할 것인가. 굳이 루퍼트 머독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있던 문제를 개선해 나가며 전파의 공공성을 지키는 상책(上策)도 물 건너간 현재,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정식 개국을 앞두고 있는 종편 사업자들에게 확고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명확히 준수할 것을 다짐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