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의지만이 디지털 전환의 지름길이다

[사설] 정부의 정책의지만이 디지털 전환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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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정책의지만이 디지털 전환의 지름길이다

지난 1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방송 활성화 실무위원회’첫 회의를 열어 디지털 전환과 관련하여 유관 기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초안에 대해 각 기관들이 판단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일부 드러났지만, 첫 회의이고 방송사의 경우 기술본부장급이 대거 참석했기 때문인지 세부적인 문제점들은 충분히 지적되지 않았다. 실무위는 디지털 전환관련 주요정책들에 대해 관계기관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001년 아날로그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전송방식 문제가 불거진 뒤, 2004년 7월 전송방식 논란이 대타협을 이루지기까지 지역에서는 1년 6개월에서 6개월 정도 지연되기도 했었다. 이후 정보통신부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책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방송사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은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의지 부족으로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다가 2008년 3월이 되어서야 제정/공포되었다. 하지만 후속 조치인 시행령 제정과 특별법에서 규정한 디지털방송활성화 추진위원회와 실무위원회의 출범이 늦어지면서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직도 정부는 방송의 디지털 전환 책임이 지상파방송사와 가전업체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국가적이고 범사회적인 과제라는 공동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료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의 수신환경 개선을 통해 시청자 스스로 방송을 선택할 수 있는 채널 선택권을 보장하고, 시청자가 최대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기본원칙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보장할 수 있다. 정부, 방송사, 가전사, 국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하는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만 한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정부의 ‘정책의지와 홍보 부족’은 모두가 공감한 문제였다. 우편, 전화, 방문을 통한 홍보방안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사회 일반에서 정서와 너무나 괴리된 정책이 방송통신위원회 담당자들의 책상과 펜 끝에서 그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방송계 실무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또 다른 사안은 ‘정부의 디지털 전환자금 지원’과 대다수 시청자들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커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한 ‘정교한 방송채널 배치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DTV 채널 확보의 중요하며 이 문제가 자칫 디지털 전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작년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밀어부쳐 제정한 ‘방송주파수 회수·재배치 정책’이 자칫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앞으로 사안별로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수시로 회의를 갖기로 했다. 하지만 소위워원회를 구성하더라도 탁상공론식,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운영된다면 또 다른 난관에 부딪칠 수 있다. 실무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정해진 기한 내에 디지털 전환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사안별 과제들을 한데 묶어 속도감 있고, 균형 잡힌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야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작년 결정한 ‘방송주파수 회수·재배치 정책’ 후속으로 ‘ATV 종료 전까지 DTV채널배치계획에 따른 DTV방송국의 설치 방안’과 ‘기존 방송국 중 채널이 변경되어야 할 대상, 변경시점 및 방법의 연구’등을 검토하여 ‘아날로그TV 종료를 위한 종합 시나리오 작성’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 기술분과, 제도분과로 나눠 실무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방송주파수 회수·재배치정책도 자연스럽게 검증될 수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작년처럼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행태를 재연할 것이가”에 대해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청자 스스로 방송을 선택할 수 있는 채널 선택권을 보장받도록 하는 것만이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정부가 아무리 전환정책을 홍보하더라도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따라가지 않을 경우엔 미국처럼 디지털 전환 일정을 또 다시 수정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 성공의 지름길은 디지털 방송망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다. 뒤 늦은 후회와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선 정부와 국회 등 정책당국자들은 이 점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