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주파수 경매, ‘마무리’가 중요하다

[사설] 씁쓸한 주파수 경매, ‘마무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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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은 참사를 부른다.

남태평양의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나라 ‘나우루’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초미니 ‘국가’다.

하지만 20세기에 독립한 많은 신생국 중 유독 이 나라가 눈에 띄는 이유는 바로 ‘인광석’이라는 천혜의 자원 때문인데, 이 광물은 수많은 조류의 배설물이 모여 만들어진 것으로 세척제와 비료는 물론 도금의 원료로 널리 쓰이는 중요한 자원이다. 그리고 그 덕에 나우루 정부는 돈을 펑펑 써가며 국민의 환심을 샀다.

그러나 자원은 한계가 있는 법.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인광석이 완전히 소진되자 나우루 정부는 섬에 얼마 남지 않은 나무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대대적인 벌목사업을 벌였지만, 그뿐이었다. 그렇게 나우루는 완벽하게 망가져 버렸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우루 정부가 계획적인 재건사업을 실시하려 했으나 인광석은 커녕 집 지을 나무마저 부족해진 섬은 이미 회생불가였다.

탐욕에 의해 자원이 소진되고 괴로움을 받고 있지만,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자신의 살을 파먹은 그들. 그런 그들의 모습이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주파수 경매의 단상과 묘하게 오버랩 되는 것은 우연일까.

 

 

700MHz 자원은 집을 지을 때 쓰는 ‘나무’다.

국내 최초의 주파수 경매가 끝났다. 그리고 소중한 자원이자 국민의 공공재인 주파수를 둘러싸고 통신사들이 참여한 ‘돈 잔치’는 이슈였던 1.8GHz 주파수를 SKT가 무려 9,950억 원에 낙찰 받으며 정점을 찍었다. 동시에 우연인지 아닌지 사이좋게 하나씩 주파수를 나눠 먹은 그들은 이번에 거액을 들여 구입한 주파수로 차세대 통신기술 서비스를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히 디지털 방송 전환 후 자신들이 마음대로 이름 붙인 ‘유휴 주파수’ 700MHz도 통신사가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즈음 되면 머나먼 나라 ‘나우루의 비극’이 남 이야기가 아니다. 욕심에 눈이 어두워진 나우루 정부가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정된 자원인 ‘인광석’을 팔아버렸듯, 통신사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무제한 데이터’를 빌미로 고객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렇게 이득을 챙긴 통신사들이 이제 와서 막상 ‘데이터’가 부족해지자 차세대 방송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700MHz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인광석이 떨어지자 집을 지어야 할 나무까지 베어갔던 나우루 정부와 소름끼치게 닮아있다. 그리고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그 모든 것의 끝은 ‘파멸’이라고.

 

 

‘마무리’가 중요하다

지금 주파수 문제를 둘러싼 현실을 직시해보면, 어이없게도 통신사들의 주장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방통위는 돈 잔치로 끝난 주파수 경매 방식을 보완하겠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700MHz 주파수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미 통신진영에서는 각종 컨퍼런스나 간담회를 열어 여론몰이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방통위는 이번 주파수 경매가 사실상의 실패임을 인정하고 새로운 주파수 재배치 방안을 공론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는 돈의 논리가 아닌, 공공성의 논리로 주파수 문제에 접근해서 대승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통신사는 지금까지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무분별하게 남발하던 무제한 데이터 정책 등에 대한 반성과 후속대책을 마련해 말 그대로 주파수가 국민의 ‘공공재’가 되도록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방송 기술인들도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주도권을 잡고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말이다.

 

주파수가 온전한 국민의 ‘공공재’로서 합리적으로 활용될 때,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며 서로가 윈-윈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