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보편타당한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사설] 디지털 전환, 보편타당한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450

 

디지털 전환 완료를 위한 시범사업 준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시범사업추진단을 조직하여 각 방송사, 유료방송 사업자,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2010년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충북 단양군, 경북 울진군, 전남 강진군에서는 각 지자체별로 군수가 의장이 되는 ‘디지털 전환 시법사업 추진위원회’를 조직하여 1차 지역별 협의체 회의를 개최하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여기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번 시범사업은 시범사업지역 선정 시부터 일부 우려가 있었다. 먼저 선정된 지역의 규모가 1만 5천에서 2만 3천 가구로 너무 커서 과연 1년 동안 3군데를 동시에 진행하고 성공적으로 종료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모든 일에는 충분한 인력과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데 이 3가지 요인이 충분히 갖추어졌는지 걱정스럽다. 시범사업의 목적은 아날로그 TV방송 종료에 따른 파급효과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사항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농어촌, 산간벽지, 분지형 소도시를 시범지역 선정하기 했지만, 이후 논의 과정에서 군 단위로 확대되면서 대상 가구 수가 대폭 늘어났고 이에 따라 과연 제한된 시간 내에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정리해야하는 몇 가지 문제점을 보면 우선 시청자에 대한 지원 부분이다. 가구에 따라 TV 보유대수는 각기 다르다. TV를 한 대만 보유한 가정과 TV와 기타 수신장치(VCR 등) 등 여러 대를 보유한 가정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구분하여 지원하는가이다. 가구별로 디지털 수신장치(DtoA Box)를 1대만 지원한다면, 아날로그TV를 종료할 경우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원 받는 1대의 TV를 제외한 나머지 TV와 수신장치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문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각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모든 TV와 수신장치 만큼의 디지털 수신장치(DtoA Box)를 보급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유료방송에 대한 선택권의 부여 여부와 지원여부다. 지상파방송과는 달리 케이블방송 사업자는 수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에는 수신장치만 보급하면 되지만, 디지털 케이블방송을 선택한 가구는 이용료 납부라는 문제가 생긴다. 케이블 방송측에서는 셋탑박스를 무료로 지원하되, 이용료를 정부가 일정기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 방송과는 달리 디지털 방송 이용료는 상당히 비쌀 뿐만 아니라 설령 정부가 일정 기간 동안 이용료를 지원해 준다고 해도 그 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가입자가 이용료를 직접 부담해야한다. 특히 직접수신을 하던 저소득층이 시범사업 지원비로 일정기간 유료방송을 시청하는 방안을 선택할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지원금에 해당하는 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경제적 부담으로 유료방송을 해지할 수밖에 없고, 이 가구들은 다시 자비로 디지털 수신장치와 안테나를 구입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초반에 명쾌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일부 시범사업 지역에서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에게 시범사업을 하게 되면 더 이상 아날로그 케이블을 볼 수 없다고 하며 디지털 케이블 가입을 부추기는 영업행위를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 대상 지역이 아닌 관내 지역에 대한 케이블 망 설치비 지원이다. 이런 지역은 시범사업 기간 동안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전파가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케이블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같은 행정구역이면서 시범사업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은 정부 혜택의 차별성을 이유로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이미 이러한 지역에 대한 해당 관청의 지원 약속이 이루어진 곳이 있다고도 한다.


디지털 전환은 단기간의 사업이 아니라, 전환이 완료된 후에도 유료매체에서는 지속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과연 유료방송에 대한 지원만이 최선인지, 매체의 형평성과 군민 세금 지원의 형평성에 부합하는지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디지털 전환은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면밀히 따져서 정책을 수립해야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시범사업 지역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1년 동안  3군데를 동시에 실시하게 되는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시범사업을 통해 모든 군민들이 즐거운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합심하여야만 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하는 데에는 정부 예산이 적지 않게 소요될 것이고, 규모가 큰 만큼 발생하는 문제 해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루라도 빨리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하는 방송기술인연합회도 이런 문제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고, 필요하다면 해결방안 마련에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