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불발된 제 4 이동통신사 탄생

[문보경 칼럼] 또 다시 불발된 제 4 이동통신사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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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이동통신사 탄생이 또 다시 불발됐다.

지난 2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재신청한 기간통신사업권을 불허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여 만에 재개된 제4이동통신사업자 탄생 시도가 다시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KMI는 별도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평가 결과, 기간통신사업 허가 건에서는 66.545점, 주파수 할당 건에서는 66.637점을 받았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항목별 60점 이상, 평균 7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 심사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11월 사업자 신청을 했다가 한 차례 고배를 마신 KMI는 일부 주주를 교체하고 재향군인회를 재무적 투자자로 영입해 재정능력을 확충했으나, 사업 및 자금조달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사실상 첫번째 탈락과 같은 이유였다. “사업계획은 너무 낙관적이고, 재원조달 능력은 의문이다.” 지난 해 11월 2일 첫번째 심사 결과 보고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3달 후 “자금조달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고, 가입자 유치계획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기지국 공용화와 상호접속 등에 관해 낙관론에 기반했다.” 결국 같은 답변이었다.
기술 부문 계획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평이 나왔다. 심사위원단은 기지국 공용화, 상호접속 등을 놓고 타 사업자와 협의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에도 KMI는 단기간에 원활한 협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초하여 계획을 수립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차 심사에서 사업 허가와 관련 총점 65.514점을 받은 것에 비해 고작 1점 가량 오른 데 그쳤다.
방통위는 이날 심사위원단 평가 결과를 전하면서 KMI가 특화된 서비스 없이 요금인하만으로 1000만가입자를 달성하겠다는 것과 현재 구성 주주를 통한 자금조달 계획이 비현실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KMI를 통해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을 펼칠 주요 주주들이 청문심사 과정에서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게 나타난 것도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KT·SKT·LGU+ 이들 3강 구도는 이렇게 깨기 어려운 것일까. 업계는 물론 불허를 결정한 상임위원들조차 우려와 안타까움의 목소리를 전했다.
방통위 실무진이 KMI에 대한 심사위원단 평가 결과가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는 보고를 마치자 송도균 상임위원 “안타깝다”는 짧은 한마디를 던졌다. 우리나라가 와이브로 기술 주도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제4이동통신사업자 탄생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분위기를 반영한 말이었다.
양문석 상임위원도 와이브로 활성화 지연을 걱정했다. 양 위원은 일단 사업자가 진입해 경쟁을 시작하면 요금인하효과가 부분적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러한 부분위 간과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 사실상 와이브로 정책을 폐기하는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재도전인 만큼 시장에서는 기대가 컸다. 그동안 KMI 관련 주들의 주가 상승과 하락이 이를 방증했다. 자티전자와 디브이에스, 스템싸이언스, 씨모텍 등 관련 주들은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에 맞물려 제4 이동통신사 승인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와 함께 최근 상승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승인 실패가 확정되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KMI의 심사 탈락이 단순히 KMI의 탈락 자체만으로 평가할 만한 일은 아니다. 현재의 통신시장 구도에서 제4 이통사의 생존이 쉽지 않다는 시장과 기존 사업자들의 분석 등으로 인해 대기업들이 속속 참여를 포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결국 중소기업군으로 구성된 KMI컨소시엄만이 남게 됐는데, 그 마저도 연거푸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된 것이다.
심사 세부 항목에 대한 평가를 떠나 이러한 결과가 나온 데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가 제4 이통사업자 진입 장벽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신규 사업자가 앞으로의 시장에 대해 100%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점까지 감안해야 하는데도 줄곧 시장 전망에 대한 문제와 차별화 서비스 전략을 문제 삼고 있다.

방통위는 출범 이래 줄곧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허가를 통한 새로운 통신시장 구조를 강조해 왔다. 재판매(MVNO)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요금인하도 시장 경쟁을 통해 가능토록 하겠다고 이야기해왔다. 더욱이 우리가 기술주도권을 갖고 있는 와이브로 활성화에도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통신사업자는 생기지 않고 있다. 그나마 유일하게 도전했던 사업자는 두 번째 탈락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조금 더 근본적인 이유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도대체 왜 제 4 이통사를 자처하는 곳이 나오지 않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동통신 시장이 경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장과 사업환경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