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난시청해소 프로젝트팀 팀장 최수철

[기술인이 사는 법] KBS 난시청해소 프로젝트팀 팀장 최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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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인이 사는 법 – KBS 난시청해소 프로젝트팀 팀장 최수철

내일을 달린다
가능성 1%를 향한 힘찬 전진

환호성으로 달리는 사람들을 맞는 어린 여학생들, 동료를 응원하기 위해 나와 한국 주자들에게도 ‘go go’ ‘you are #1’을 외치는 금발의 외국 여성들, 여러 명의 친구들과 나와 인도에 서서 손을 내밀어 주자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며 즐거워하는 어린 꼬맹이들, 북을 울리고 사물 타악기를 치며 흥을 돋우는 놀이패들, 재미난 복장을 하고 메가폰으로 ‘힘내라, 힘’을 외치는 젊은 러너들, 자기 클럽 소속 주자들에게 꿀물이라도 먹이려고 여기 저기 두리번 거리며 맘 졸이며 기다리는 동호회 회원들, 물을 나누어 주며 자원봉사에 열을 올리는 봉사자들.

지난해 3월에 있었던 꿈의 동아 ‘2008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나는 외국의 마라톤축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침기온이 5~6도 정도라고 했다. 여느 해 같으면 긴팔상의와 롱타이즈를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좀 더 멋지게, 날렵하게 ‘선수답게’ 입고 싶었다.
비록 몸은 선수가 아니었고 달리는 폼은 제 멋대로지만, 입는 것 만큼은 멋있게 해 오늘 ‘나만의 축제’를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러닝셔츠에 짧은 팬티를 입었다. 그래도 춥지는 않더라. 올해도 난 고성대회를 시작으로 3월 동아까지 그 누구의 축제도 아닌 나의 축제를 위해 달렸다.
2009년!
매해 숫자의 크기가 커질수록 새해가 갖는 의미와 무게 또한 점점 더 커져간다. 이렇듯 한해의 무게가 더해 가는 것은, 그만큼 삶의 무게가 더 무거워지고 삶에 대한 조급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리라. 세월이 갈수록 책임은 더 커지는 반면 스스로 이루어 놓은 것은 없다는 느낌에 무엇인가 손에 잡히는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욱 거세지는 것이다.

작년 한 해동안 나를 가장 괴롭힌 감정은 불안감과 조급함이었다. 불안감은 주로 직장에서의 내 스스로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요인이었으며, 조급함은 그러한 불암함을 빨리 불식시키지 못하고 언제나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정신적 혼란상태였다. 이러한 불안감과 조급함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자 마음은 항상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고 이를 이기기 위한 육체적, 심리적 부담은 상당한 무게로 다가오곤 하였다.

내 인생이나 달리기에 관해 거창한 계획과 목표는 없다. 다만,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며 아주 작더라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그 모든 것을 합하여 나는 ‘1% 전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1도의 차이로 물이 수증기로 바뀌는 것이다. 물은 섭씨 99도까지 열에너지를 흡수하면서도 액체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마지막 어떤 순간부터 끓기 시작하여 액체에서 기체로 존재의 변화를 가져 온다.
나는 이것을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과 더불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99도까지 에너지를 올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가지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달리기가 내 인생의 에너지를 높여가는 과정이지 끓는 점은 아니라는 것.
기다림의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뜨거운 여름 20여 일 동안 3500km 이상을 달리는 지옥의 자전거 레이스인 ‘투르 드 프랑스’ 이 대회를 7연패한 랜스 암스트롱은 25살에 고환암에 걸려 선수생활을 접을 위기에 몰렸지만 극복했다.
그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자신에게 닥친 부정적인 것들을 모두, 긍정적인 것의 기회로 삼으라’는 어머니의 말씀이었다고 한다.  나도 자꾸 안 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될 수 있는 가능성 1%를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먼저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그것을 하려면 어떻게 하지?’
‘성공하는 사람은 1%가 다르다.’ 준비에서의 1% 차이와 마무리에서의 1% 차이가 100이 아니면 0인 결과를 가져 온다. 99%까지 최선을 다하고 나서 마지막 1%에서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려 한다.
‘1%의 전진’을 목표로 하려고 한다. 추상적이고 거창한 목표보다는 눈 앞의 구체적인 일들을 잘 완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마라톤을 달리며 10km 앞서 달리는 주자들을 생각하면 내 갈 길이 힘들어 질 것이다. 그저 내 앞의 한 발 한 발에 정신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덧 결승점에 다다를 수 있다. ‘왜 죽어라고 달리느냐?’ 라는 질문은 더이상 나로서는 대답 할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마라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열등의식과 아마추어적인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의 질문이기 때문이다. 아마 마라톤을 육체적 고통의 극대화 정도로 치부하는 사고겠지? 그 사람이 추구하는 마라톤정신은 무엇일까?
 
나는 지난 2008년에도 15번의 풀코스를 뛰었고, 그 중 12번의 Sub3를 했다. 나는 마라톤의 진실을 생활 속에서 구현하고자 한다. 어둠이 짙고, 추위가 극에 달한다는 것은 얼마 안 있어 해가 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서운 칼바람으로 우리를 움추리게 하였던 동장군도 산수유, 매향향기 그윽한 봄처녀에게 그 자릴 물려줄 것이다.
당장 눈 앞에서 결과를 보고 싶은 조급함에 괴롭다면 새벽녘 동쪽하늘을 향해 달려 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맞으며 ‘1%의 진리’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99%까지 올리는 과정일수도 있고, 마지막 1%를 채우는 힘든 과정일 수도 있다.

축제는 참가자 모두에게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즐길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내 아내와 가족과 사랑하는 방송기술인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