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지상파 방송사가 해결해야할 중요과제

[기고] 2011년 지상파 방송사가 해결해야할 중요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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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미래방송연구회 회장

 

디지털 전환은 방송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초래하는 것으로 방송사, 업계, 정책당국, 그리고 시청자 등 각 분야의 조화와 협조가 담보돼야 원활하게 이루어 질 것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이면서 서비스 주권자인 수용자들의 채택에 달려있다. 따라서 이들을 중심에 두는 정책당국의 일관된 정책 추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우선 디지털 전환의 목표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 선진국의 지상파 디지털 전환 정책을 보면 ‘지상파 방송은 디지털 시대에도 보편적 방송서비스의 근간으로서 모든 국민에게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기본적 방송철학의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시청자가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혜택을 골고루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근본이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디지털 텔레비전을 통한 삶의 질, 문화수준, 다양성 증대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역시 디지털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목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완료하기 위해서는 정책 및 자금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재원의 사용 항목은 크게 지상파 방송사 지원, 국민의 디지털 전환 지원, 홍보 및 시청자 지원, 수신환경 개선, 방송산업의 활성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데 그 중에서 특히 시청자 지원 대상에는 경제적 약자와 더불어 기술적 약자인 고령자와 장애인 등에 대한 별도의 지원방안을 강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별도의 예산으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점에서 2011년에는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앞서서 장애인 및 노인을 포함한 사회적 소외계층의 방송접근권을 확대함으로써 방송의 공익성과 보편적 서비스를 제고하고 수용자 복지 증진을 모색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비용과 설치 및 조작의 어려움 등으로 디지털 디바이드가 심화되고, 그것이 디지털 전환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과 노인을 포함한 취약 계층에게 디지털 방송기기 및 장비를 지원하고 더 나아가 장애인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활성화하며, 이들이 보다 용이하게 디지털 방송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수신환경개선 역시 올해 들어 역점을 두고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수신환경 개선 없는 디지털 전환은 의미가 없다. 수신환경 개선은 모든 국민에게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적 사업의 의미와 재원 투입의 정당성이 상실될 것이다. 디지털방송 수신환경의 경우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거주자가 많고 상대적으로 음영지역이 많아 수신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많은 논의가 있지만, 사실상 정부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현실화되기 어렵다. 방송사와 정부가 홍보와 행정력을 각각 분담하여 공동주택 거주자들의 거실까지 안테나 단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수신환경 개선은 큰 틀에서 전환 취약계층에 관한 지원도 포함되어야한다. 디지털 전환으로 아날로그에 비해 수신환경이 개선되는 것이 기대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자연적·인위적 난시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위적 난시청의 경우 그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경우 비용부담을 둘러싸고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분쟁조정기능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시청자복지 차원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화질이나 음질 같은 기술적 차원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대로 디지털전환이 이루어지면 디지털 다매체다채널시대에도 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과 같은 유료채널에 가입하지 못하고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수백만의 서민층 가구는 지상파 채널 다섯 개 만을 시청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디지털방송을 실시하는 영국, 미국, 독일등 여러 외국의 경우 수십개의 채널을 지상파 방송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2006년 월드컵기간 중 디지털 다채널방송인 MMS(Multi-Mode Service)를 시험방송으로 제공한 적이 있다. 이 때 실시한 조사결과는 시청자들의 다채널에 대한 요구가 크다고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무료 다채널 서비스를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 도입하여 지지부진한 디지털 전환을 가속시키며, 디지털의 혜택을 시청자에게 돌려 줄 필요가 있다. 이는 최소한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주려는 지상파방송의 의무라고도 할 수 있다. 시장 경쟁 속에서 확보되기 어려운 공익적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체계화하여 시청자 누구나가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무료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