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민주주의를 버릴것인가?

[기고] 헌법재판소, 민주주의를 버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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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행동 박영선 대외협력국장

 

2009년 가을 언론단체와 야당, 시민사회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참으로 많은 공을 들였다. 언론악법 날치기 표결 이후 헌재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며 전직 법무부 장관이었던 민주당 천정배의원은 노숙 농성에 들어갔었다. 또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화계사에 들어가 2만배 정진으로 올바른 판결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도 언론악법을 바로 잡기 위한 절박함에 만배로 올바른 판결을 소원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매일 저녁 헌재 앞에서 종이학을 접으며 염원을 모았다.

그러나 헌재는 10월 29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한나라당의 대리투표. 재투표,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위배된 표결에 대해 절차는 위법하나 법률의 효력은 국회가 해결하라는 식의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당시의 결정을 빗대어 ‘술은 먹었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헌재 무용론까지 확산되었었다.

 

그후로 만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절차의 위법성은 해소되었는가?. 그리고 법률의 효력은 바로 잡았는가? 아니다.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 취임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조직은 방송통제위원회라 불린지 오래됐으나 최근에는 헌재의 판결도 무시한 채 위법한 법률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면서 ‘헌재위 방통위’, ‘헌법통제위원회’ 라는 새로운 별칭까지 얻으면서 안하무인격으로 조중동 종편을 위한 세부 일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12월 1일 서류접수 마감, 12월 중순 심사, 25일 크리스마스 전후 종편 최종 사업자가 선정된다.

2009년 10월 위법 절차에 대한 헌재의 판결은 100% 야당이 승소했다는 게 헌재 공보관과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러나 국회 재논의를 촉구하는 시민사회와 야당의 주장에대해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이 전면 거부함에 따라 2009년 12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다시 부작위에 의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87년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자, 시민들의 보편적 기본권 다툼과 국가 기관의 분쟁, 국가의 운명이 달린 사안에 대해 판단하는 사실상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이다.

2009년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 과정이 위법했다는 재판관들의 판단에 따라 부작위에 관한 권한쟁의 심판도 판결 일정만 잡힌다면 반드시 인용(승소)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제는 요즘의 헌재는 헌재를 태동시킨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기대에 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헌재가 심판을 청구한 청구인들의 소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게 하려면 최소한 11월 25일(목) 심판 일에 반드시 언론악법에 관한 부작위심판이 포함되어야 한다.

정치적 눈치와 보신으로 조중동 종편 진출이후에 결정한다면 헌재는 더 이상 우리사회에 존재할 필요성이 없어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여론다양성 기반 위에서만 꽃 피울 수 있다. 민주주의를 다수의 폭력으로 억압하면서 미디어 공공성을 파괴하는 한나라당과 조중동, 방통위의 횡포와 속도전에 상식과 이성이 회복될 수 있도록 헌재의 적시에, 제대로 된 판결을 마지막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