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산업계 판도 바꾼다

[강희종 칼럼] 태블릿PC 산업계 판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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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지난 14일은 삼성전자가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태블릿PC ‘갤럭시탭‘의 국내 출시를 공식 발표하기로 한 날이었다. 해외에서 먼저 출시 행사를 가진 갤럭시탭은 이미 구체적인 사양이 알려진 상태. 이제 발매 날짜와 가격 발표만 남은 상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하루 전 미디어데이 행사를 전격 연기했다.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갤럭시탭의 출시 연기 이유에 대해 각종 추측들이 무성하다. 삼성전자는 출시연기 사유에 대해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갤럭시탭 출시 연기는 이 제품을 기다리던 수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미 몇몇 태블릿PC들이 나왔지만 삼성전자가 아이패드를 겨냥해 공을 들인 제품이라는 점에서 갤럭시탭의 시장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갤럭시S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합작으로 단숨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갤럭시탭 역시 두 회사가 마케팅 파워를 결집한다면 국내 태블릿PC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갤럭시탭은 애플의 아이패드와 비슷한 시기에 국내 선보일 전망이어서 두 제품 간의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애플 아이패드는 지난 14일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연구소로부터 인증을 받아 출시만 남겨놓고 있다. 아이패드는 KT를 통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탭과 아이패드는 11월중에 출시될 것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갤럭시S-아이폰과 마찬가지로 태블릿PC에서도 삼성전자․SK텔레콤 연합군과 애플․KT 연합군간의 대결 구도가 또 한 차례 재연될 전망이다.

이처럼 갤럭시S와 아이패드는 국내 태블릿PC 시장을 끌어올릴 충분한 흥행 요소를 갖추고 있다. 태블릿PC가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갤럭시탭과 아이패드 출시를 앞두고 긴장하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한편에서는 태블릿PC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통신 시장에만 영향을 미쳤다면 태블릿PC는 통신뿐 아니라 PC, 내비게이션 등 기기 시장과 미디어 업계 등 산업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직접적으로 태블릿PC의 영향을 받는 곳은 역시 노트북 등 PC 시장이다. 시장 조사 기관인 IDC는 최근 보고서에서 “태블릿PC가 인기를 얻으면서 넷북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체 모바일PC 시장에서 넷북의 점유율은 2011년 8%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5일 가트너는 올해 3분기 세계 PC 출하량이 8830만대를 넘어 전년 동기 대비 7.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가트너가 당초 예측한 12.7% 상승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 그 이유에 대해 가트너는 “지난 2년간 강력한 성장을 보였던 미니 노트북을 포함한 저가 노트북이 주도하는 컨슈머 노트북의 수요가 둔화됐다”며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의 등장이 PC 판매량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태블릿PC 대기 수요가 노트북 수요를 끌어 내렸다는 것이다.

내비게이션 업계도 비상이다. 갤럭시탭에는 SK텔레콤의 ‘T맵’과 팅크웨어의 ‘아이나비’가 기본 탑재될 예정이다. T맵과 팅크웨어는 모바일 내비게이션과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T맵에 대응하기 위해 KT도 최근 아이폰용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쇼 내비’를 출시한 바 있다. 향후 쇼내비도 태블릿PC용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내비게이션 업계는 시장이 포화된 데다 태블릿PC가 등장함에 따라 대응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태블릿PC는 통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태블릿PC는 와이파이뿐 아니라 3세대(G)까지 지원한다. 갤럭시탭은 와이파이와 3G를 동시에 지원하며 3G를 통한 음성 통화 기능도 탑재했다. 사실상 휴대폰 기능을 포함한 태블릿PC인 것이다. 아이패드의 경우 3G는 데이터 용도로만 사용되지만 인터넷전화(VoIP)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충분히 음성통화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태블릿PC가 기존 휴대폰 시장을 잠식할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통신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시장 잠식보다도 데이터 폭발(Data explosion)이다. 스마트폰 경쟁이 격화되면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았다. 그러면서 데이터 트래픽을 수용하기에 충분한 네트워크 용량을 갖추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태블릿PC의 데이터 사용량은 화면크기가 작은 스마트폰보다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태블릿PC의 보급이 확대될 경우 통신사들의 네트워크가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태블릿PC는 미디어 업계에도 파장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에서도 뉴스는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이었지만 태블릿PC는 스마트폰보다 화면크기(7~10인치)가 크고 해상도도 뛰어나 미디어를 소비하기에 적당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벌써부터 미디어 업계는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갤럭시탭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애플리케이션을 기본 탑재할 예정이며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도 갤럭시탭용 앱을 개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